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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카이스트 MBA는 금융 '별'다는 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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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C제일은행의 조두희(48) 상무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조 상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류대 출신도, 서울지역 대학 출신도 아니어서 장래가 그다지 밝지 못했다"고 한다. 제일은행 산하 연구원의 책임연구원(과장급)으로 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96년.

회사 연수과정에 지원해 당시 막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MBA.금융전공)을 마쳤다. 2000년 뉴브리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그는 핵심부서인 기획예산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은행 동료의 3분의 1이 명퇴로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는 2년 뒤 다시 부장에 올랐고, 3년 뒤인 지난해 이사, 올 4월 상무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이 금융권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97년 봄 1기생이 졸업한 이후 KAIST MBA 출신들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의 주요 보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1기만 하더라도 SC제일은행의 조 상무를 비롯, KGI증권 김성원(43) 상무, 교보생명 이석기(41) 상무, 베어링포인트 전상욱(40) 이사, 알리안츠생명 장용호(40) 이사, 마이다스에셋 허필석(39) 이사 등이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BNP파리바의 서영완(39) 이사는 4기 졸업생이다.

조 상무는 "솔직히 ○○대학 타이틀로 은행에서 임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KAIST에서 실무와 파생상품 위주의 전문교육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KAIST MBA 출신들이 주로 활약하는 분야는 파생상품 쪽이다. 이 학교 금융전공자 출신 315명 중 100여 명이 은행.증권사.투자신탁 등의 파생상품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파생상품팀 직원 30명 중 8명이 KAIST MBA 동문이다. KAIST에 따르면 금융 MBA 전공자들이 전공을 살려 금융분야로 진출한 경우가 전체의 92.1%이며 이들 졸업생의 평균 연봉도 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들은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도 신입행원 채용에서 KAIST MBA 졸업예정자 30여 명을 특별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매년 KAIST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입도선매식 채용을 해오고 있다. KAIST 출신이 금융권에서 대접받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때문이다.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이 MBA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을 전공과정으로 운영하는 MBA는 KAIST 한 곳뿐이다.

금융권에서 수요가 큰 파생상품과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도 이곳의 강점이다. KAIST는 지난 3월부터 금융MBA 부문을 독립시켜 금융전문대학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근엔 KAIST 이외에도 금융전문가 육성 과정을 강화하거나 신설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부터 여대로는 유일하게 6개월 과정의 여성 금융관리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등은 5월 교육부에서 인가를 취득, 9월 정식으로 금융 관련 MBA 과정을 시작한다. 또 하나은행이 2009년을 목표로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지린대학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금융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금융전문대학원 김동석 학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 금융사들이 몰려오고 있고 정부도 금융허브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금융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선진 금융의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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