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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첫날 유료가입자 1000만명…디즈니+의 도박 성공시킨 CEO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디즈니가 지난 8월 공개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로고. [AFP=연합뉴스]

디즈니가 지난 8월 공개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로고. [AFP=연합뉴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넷플릭스에 맞불을 놓으며 12일(현지시간) 시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시 첫날에만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라고 명명한 이 서비스는 최고경영자(CEO)인 밥 아이거의 야심작이다. 14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온 아이거 CEO는 2021년 사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디즈니+는 그의 마지막 도박으로 평가됐다.

아이거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디즈니+와 관련해 “첫 몇 년간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도 “진정한 혁신은 용기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역 방송국의 기상캐스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ABC 방송국에서 최고위직까지 오른 이력의 소유자다. ABC는 디즈니에 1996년 인수됐고, 아이거는 합병 후에도 살아남아 2005년부터 디즈니 회장을 맡았다.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 회장. [EPA=연합뉴스]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 회장. [EPA=연합뉴스]

아이거 CEO의 계획엔 처음에 반대도 많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전했다. 넷플릭스가 이끌어온 유료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일각의 우려를 무릅쓰고 디즈니+를 출시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2015년부터 영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디즈니 라이프 등의 유사 서비스를 시험했고, 사업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디즈니+ 출시를 결심했다고 한다.

디즈니는 세계 최대 콘텐트 업체로, 주요 수익은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공원과 애니메이션 및 실사 영화 등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자회사인 ABC 방송국 등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이익이 급감하며 아이거 CEO의 골칫거리가 됐다. ABC 출신이기도 했던 아이거 CEO에게 디즈니+ 출시는 친정인 미디어 네트워크 부문을 살리기 위한 처방약이었던 셈이다.

첫날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일단 성공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1000만 가입자 돌파 소식에 이날 오전 증시에서 월트디즈니 주가는 7%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같은 날 3%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분기 대비 가입자 수가 270만명 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투자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이다. 지난해 2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 550만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설정했던 목표인 500만명 달성에도 실패했다. 이미 전세계 유료 가입자가 1억5000만명을 넘은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8월 뉴욕 주식거래소의 월트디즈니컴퍼니 주식 거래 현황. 디즈니+ 출시일인 12일(현지시간) 주가는 7%급등했다. [AP=연합뉴스]

지난 8월 뉴욕 주식거래소의 월트디즈니컴퍼니 주식 거래 현황. 디즈니+ 출시일인 12일(현지시간) 주가는 7%급등했다. [AP=연합뉴스]

이에 맞선 디즈니+의 경쟁력은 풍부한 콘텐트와 가성비다. 아이거 CEO는 월정액 6.99달러(약 8174원), 연69.9달러로 사용료를 책정했다.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인 12.99달러에 비해 약 절반이다. 반면 콘텐트는 마블 시리즈부터 ‘겨울왕국’ ‘알라딘’ ‘라이온킹’ 시리즈 등 디즈니사의 정통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최소 6000만, 최대 9000만명의 가입자 확보가 목표”라고 CNBC에 전했다.

한국에서도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와 같은 디즈니의 콘텐트가 디즈니+의 경쟁력이다. [AP=연합뉴스]

한국에서도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와 같은 디즈니의 콘텐트가 디즈니+의 경쟁력이다. [AP=연합뉴스]

현재로선 미국ㆍ캐나다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호주ㆍ뉴질랜드로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CNBC는 “미국 지상파 방송인 CBS가 온라인 유료 회원 800만명을 모집하는데 5년이 걸렸는데, 디즈니는 단 하루에 1000만명 가입을 이뤘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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