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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다” 지적에도 관료 차출 현실화…민주당 “영입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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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입당은 하는데 영입은 아니다.”

다소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말은 13일 오후 진행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 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황인성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두고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가 한 얘기다. 이날 입당한 인사와 관련, ‘예상을 깨는 파격은 없어 보인다’는 평가에 이 관계자는 “당에서 영입 인사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 민주당에게는 험지인 곳을 출마 지역으로 결정한 분들을 당이 서둘러 띄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오른쪽부터), 김학민 전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 황인성 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오른쪽부터), 김학민 전 순천향대 산학협력부총장, 황인성 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김 전 차관은 경기 이천, 김 교수는 충남 홍성-예산, 황 전 처장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사표를 던졌다. 보수 성향이 다소 짙은 지역들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 이후 네 번의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계열 후보는 누구도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이날 입당 회견을 한 세 인사 중 김학민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둘(김용진·황인성)은 여의도 정가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김 전 차관은 직전 기재부 2차관으로 올해 예산을 책임졌고, 황 전 처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이들의 예상 출마지가 구체적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영입이든 아니든, 이날 입당한 이들의 면면에 대해 당 안팎에서 “진부하다”는 반응까지 나온 배경이다.

이에 대해 이날 이들의 입당 소식을 발표한 윤호중 당 총선기획단장은 “영입되신 분들은 출마 지역을 정하고 출마 결심을 하는데,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 그런데 이 세 분은 이미 그 준비를 마치신 분들이기 때문에 굳이 영입 인사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입당 기자회견을 연 배경이 궁금하다’는 지적에는 “현장에서 빨리 선거 준비를 하실 수 있도록 중앙당이 최대한 배려해드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총선기획단장.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총선기획단장. 임현동 기자

‘진짜 영입’은 이해찬 당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을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챙길 예정이지만, 꾸준히 거명되는 관료 출신 인사들에 대한 ‘차출’ 요청 역시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윤 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언제 한다는 건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에서 의견을 전부 모아서 청와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이 원하고 본인이 동의하면 놓아드릴 생각”이라고 한 지난 10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당의 화답이다.

윤 단장은 “보도가 나오는 것처럼 한 명 한 명 찔끔찔끔 요청하는 게 아니라 전부 모아서 이번에는 누구누구를 당에 보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당에서 요청할 인물들은 대체로 ‘험지 차출론’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윤철 현 기재부 2차관이다. 아직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여권에서 그의 대구 출마론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20일 고위당정청협의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왼쪽)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6월 20일 고위당정청협의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왼쪽)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근에는 이미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미시간대 초빙교수로 명함을 바꾼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일원인 데다 경제 전문가라는 강점을 안고 있다.

그는 미국에 건너가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지자 등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출국 직전 당 고위관계자와 개별 접촉하기도 했다. 당의 출마 권유와 함께 출마 지역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출마 예상지로는 고향인 충북 음성(증평-진천-음성)과 분구(分區) 예정인 세종이 거론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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