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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 경찰·포주 유착' 수사결과 발표한 경찰 "증거없어"

중앙일보

입력

[뉴스1]

[뉴스1]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에서 경찰이 조폭·포주로부터 수년간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으며 유착 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6개월.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13일 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혹에 이름을 올린 전·현직 경찰관 11명 중 한 명이라도 조폭이나 포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진정서 거론된 전·현직 경찰관 11명 #유착 비리 정황 확인된 사람은 '0명' #"광범위 수사 펼쳤지만 증거 없었다" #1명만 별개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

장호식 대구경찰청 수사과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 과장은 “지난 5월 14일 전·현직 경찰관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진정서가 접수된 후 공소시효 만료 여부와 관계 없이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했다. 이 중 3명에 대해선 사무실이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며 “현재까지 성매매 알선업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은 확인되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유착 의혹과 별개로 성매매 알선 관련 수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현직 경찰관 1명을 입건했다.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선 “피의사실 공표가 어렵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현직 경찰관 1명은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관련 부서에 직접 물어봐 복무 규정 위반으로 내부 징계 대상이 됐다.

결국 압수수색을 하기 위한 절차로 총 3명이 입건돼 이 중 1명이 유착 의혹과 별개 혐의로, 다른 1명은 복무 규정 위반으로 각각 검찰과 징계위원회에 넘겨지게 됐다. 나머지 1명은 별다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친 뒤 이달 내로 수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경찰관을 기소 의견으로, 다른 2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입건되지 않은 8명에 대해선 내사 종결할 방침이다.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입구 모습. 바닥에 '청소년 통행금지'라고 적혀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입구 모습. 바닥에 '청소년 통행금지'라고 적혀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장 과장은 “진정서에 거론된 전·현직 경찰관에 대해선 통화내역이나 계좌, 사무실,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했고 진정인이 감추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진정인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지만 진정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착 의혹 수사와 별개로 자갈마당 개발 사업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자갈마당 철거 반대 시위를 주도하거나 책정 금액보다 훨씬 높은 고가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토지 보상을 거부하는 등 혐의를 받는 5명에 대한 수사다.

앞서 자갈마당의 지주와 업주·종사자 20여 명으로 구성된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는 “비리 경찰관들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구경찰청에 제출했다. 이 진정서엔 대구지역 전·현직 경찰관 11명의 실명과 부서, 계급, 비리 내용 등이 기재돼 있었다.

진정서에 적힌 주장에 따르면 한 경찰관은 대구 한 호텔 내 유흥주점에서 폭력조직원에게 고가의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른 경찰은 단속 정보를 주는 대신 자갈마당 업주에게 50만~100만원씩 상납받았다고 거론됐다. 지인에게 땅을 팔지 않는 특정 인물을 협박하고 함정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찰도 있었다.

진정서에는 또 고가의 해산물과 홍삼 등을 경찰의 날 등 특정일마다 수시로 보내라고 시킨 경찰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폭력조직 두목의 사주를 받고 특정 인물을 무고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는 진정서에 이 같은 주장을 하면서 목격자와 증언자, 금융거래내역, 녹취록 등 증거 자료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갈마당 일대에선 지난 6월 첫 번째 철거 공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갈마당이 철거된 부지엔 5개 동으로 된 아파트 886가구(오피스텔 256호 별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6층 지상 4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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