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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바이 스텝...선배들 길 따라가려는 최혜진

중앙일보

입력

신중하게 LPGA 진출을 고민하는 최혜진. 지난 9일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2라운드 1번 홀에서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신중하게 LPGA 진출을 고민하는 최혜진. 지난 9일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2라운드 1번 홀에서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한 최혜진(20)이 조심스럽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향한 ‘로드맵’을 밝혔다. 이른바 '스텝 바이 스텝'이다.

KLPGA 4관왕, LPGA 진출은 '아직' #"내년 국내외 병행해 미국 진출 노리겠다"

10일 올 시즌 KLPGA 투어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을 마친 최혜진은 대상·다승에 이어 상금·평균타수상도 확정지으면서 4관왕을 달성했다. KLPGA 투어 시즌 전관왕을 달성한 건 신지애(2006~2008년), 서희경(2009년), 이보미(2010년), 김효주(2014년), 전인지(2015년), 이정은6(2017년)에 이어 최혜진이 7번째다. 지난해 대상과 신인상 등 2관왕에 올랐던 최혜진은 KLPGA 투어 데뷔 두 시즌 만에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국내 최고 여자 골퍼로 떴다.

최혜진이 지난 9일 열린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2라운드 3번 홀 티샷 전 바람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최혜진이 지난 9일 열린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2라운드 3번 홀 티샷 전 바람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 KLPGA 박준석]

이제 최혜진을 향한 관심은 미국 진출에 쏠린다. 최근 들어 최혜진을 향해 "미국 진출은 언제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최혜진은 신중한 자세를 지켜왔다. 지난달 LPGA 퀄리파잉시리즈 출전 접수를 하지 않았던 그는 부산에서 열렸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선 "항상 LPGA를 가고 싶은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우승하게 되면 LPGA 진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 언제 가는 게 나한테 맞을 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 시드를 받을 자격을 얻는 상황에 빗대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그러나 시즌 최종전을 마치자 최혜진은 조금 더 진일보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년에 KLPGA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뒤에 미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면서 "스케줄을 잘 짜서 국내와 해외 투어를 병행하면서 미국 진출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내년 시즌 스케줄 계획을 밝히면서 좋은 여건이 주어진다면, LPGA에 진출하겠단 계획을 밝힌 셈이다.

김효주.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주. [로이터=연합뉴스]

최혜진의 이같은 자세는 KLPGA 대상을 탔던 선배들의 사례를 따라가려는 듯 하다. 2014년 대상자 김효주는 초청 신분으로 에비앙 챔피언십에 참가해 우승하면서 다음 시즌 LPGA에 진출했다. 2015년 대상자 전인지 역시 그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다음 시즌 LPGA로 갔다. 2016년 대상자 고진영은 이듬해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드를 따 지난해 LPGA로 갔다. 반면 2017년 대상자 이정은6은 지난해 경험을 쌓으려고 연습 삼아 나갔던 퀄리파잉시리즈에서 덜컥 수석에 오르는 바람에 고민 끝에 LPGA로 진출해 조금 다른 사례를 만들었다.

서로 사례들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에서의 다양한 성과를 발판 삼아 우승, 퀄리파잉시리즈 수석 등 LPGA에서의 성과를 더해 미국에 갔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단계별로 밟아 경쟁력을 확인하고 올라가는 '스텝 바이 스텝' 방식이다.

KLPGA에서 더 나은 활약을 펼치고, LPGA 진출을 타진하려는 최혜진. [사진 KLPGA 박준석]

KLPGA에서 더 나은 활약을 펼치고, LPGA 진출을 타진하려는 최혜진. [사진 KLPGA 박준석]

올해 LPGA 투어에서 했던 경험은 최혜진의 생각을 좀 더 다지게 했다. 최혜진은 올해 LPGA 투어 대회에 4개 출전했다. 스폰서사가 주최한 롯데 챔피언십과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유럽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이었다. 롯데 챔피언십에선 공동 5위에 올라 선전했지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공동 28위, 에비앙 챔피언십에선 공동 49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선 컷 탈락했다. 꾸준함이 강점인 그에겐 LPGA 대회를 통해 또다른 숙제를 확인한 결과였다. 그 스스로도 유럽 두 메이저 대회를 마친 뒤에 "아직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최혜진은 "LPGA 대회를 몇 번 뛰어보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 쇼트게임이다. 더 많은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 잘 해야 할 듯 하다"면서 "부족했던 점 보완하고 자신 있는 부분은 강화해서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준비'를 강조했다. 스스로 잘 준비해 좀 더 완성된 상황이 갖춰진다면, LPGA 진출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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