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언성 높인 황교안‧손학규, 다음날 아침엔 나경원‧김관영 대리전

중앙일보

입력

“협상과 협박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발언, 즉각 사과하라.”(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1111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1111

1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서로 상대 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5당 대표 만찬에서 선거법 개정 문제를 두고 언성을 높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대리전’을 치른 셈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5일 선거법 개정을 골자로 한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작성할 당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였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협상과 협박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제 청와대 회동에서 선거법과 관련해 다른 야당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참으로 답답했다”며“독자적인 의견과 안을 내고 이 모든 걸 포함해 논의하자며 협상다운 협상을 제안한 건 오히려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생떼를 안 받아주면 안 된다며 협상판을 걷어찬 쪽이 바로 야합세력”이라며 “한창 협의 중인데 불법 사·보임까지 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에 태우고, 긴급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무너뜨리면서 날치기 처리한 쪽이 누구냐. 협상이란 말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야합세력들”이라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 최고위원은 “황교안 대표는 즉각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어제 황 대표가 ‘한국당 안은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았다’고 한 건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발언이라 유감”이라며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도 두 차례 합의했고,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는 분명하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이후 한국당은 단 한 번도 선거제 개편 논의에 진심으로 참여한 적이 없다. 오히려 위헌 논란마저 있는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했다”며 “황 대표는 어제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인 10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청와대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2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이날 만찬에서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선거법 개정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 황 대표가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한국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하자, 손 대표가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격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이 직접 양손을 들고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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