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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안보이는 김정은…연말 '백두산 구상 2탄' 준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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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을 현지지도한 이후 2주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가 한동안 모습을 감춘 뒤 다시 등장할 경우 대내외 정책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잠적’이 연말 공세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모습을 감췄다가 등장할 경우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며 한국이나 미국을 향해 군사적 시위를 벌이곤 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남북, 또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곤 모습을 감추곤 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이전에는 현지지도를 멈췄다 재개할 때 군사적 긴장을 유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대외 관계 개선을 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군사적 행동에서 대화와 대내 정책 제시로 내용은 바뀌었지만, 현지지도를 재개하며 상황을 반전시키는 모양새는 그대로여서 이번 공개활동 중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 이후 현지지도 중단 #올들어 2주 이상 공개활동 중단은 5번째 #현지지도 중단은 정책 전환 예고편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2주일 이상 모습을 감춘 건 이번이 5번째다. 짧게는 16일, 길게는 28일 동안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한 뒤 16일 동안 침묵하던 김 위원장은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접견하는 것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중국 방문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3월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10일) 이후 17일 동안 활동을 멈췄다. 그러곤 삼지연군 건설 현장과 원산 갈마 관광지구, 온천 건설 현장, 평양 대성백화점을 찾았다. 당국자는 “2월 말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향후 정국 구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자력갱생에 나서겠다는 방향을 정한 뒤 관련 지역을 현지지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일)을 앞두고 16일 동안 두문불출하며 북ㆍ중 정상회담 준비에 주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9월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는 올해 최장기 기간인 28일 동안 모습을 감췄다. 김 위원장은 활동을 재개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16일(보도일 기준) 백마(白馬)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동행한 일군(꾼)들 모두는 (김 위원장의)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안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정세를 전환시킬 ‘백두산 구상’을 했다는 얘기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금강산을 찾아(지난달 23일) “남측이 건설한 시설물들을 싹 들어내라”며 독자적인 개발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1월 1일)에서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강조했는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금강산 관광 재개가 요원해지자 독자개발 노선을 내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등정 이후 금강산 관광지역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백두산 구상을 내놨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등정 이후 금강산 관광지역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백두산 구상을 내놨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두문불출’이 백두산 구상 2탄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연말을 기해 연간 사업을 정리ㆍ평가하는 ‘총화’를 한다”며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신년사를 관철하라는 주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내외 정책과 관련한 총화와 연말 정국 구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사활을 걸고 진행했던 북ㆍ미 협상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제시한 상황에서 ‘시한’을 앞두고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 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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