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쇼크···백인 1명 위해 흑인 18명 자리뺏은 美치킨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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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유명 치킨전문 체인 '버팔로 와일드 윙스'. [AP=연합뉴스]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유명 치킨전문 체인 '버팔로 와일드 윙스'. [AP=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치킨 체인 '버펄로 와일드 윙스'(Buffalo Wild Wings·BWW)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시카고 교외도시 네이퍼빌의 BWW 지점이 최근 백인 단골손님 1명을 위해 흑인 손님 18명에게 좌석 이동을 요구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점포 인근에 사는 저스틴 바알과 그의 일행은 지난 2일 저녁 생일파티를 위해 집 인근 BWW 네이퍼빌점을 찾았다가 예기치 못한 일을 겪었다.

바알은 성인 6명, 어린이 12명과 함께 생일 파티를 치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한 에피타이저와 음료를 기다리고 있던 때 직원들로부터 좌석을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좌석 배치 담당인 한 흑인 남성 직원은 "(옆 좌석의) 백인 단골이 흑인들이 근처에 앉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알 일행이 요청을 거부하자 이번에는 매니저가 다가왔다. 매니저는 "이 자리는 이미 예약돼 있었다"며 자리 이동을 강요했다. 테이블 담당 종업원 역시 "단골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매니저급 직원 둘이 다시 와서 "일어나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했고, 바알 일행은 매장을 나왔다.

이 사실은 바알의 아내가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며 전국적인 분노를 촉발했다. 그는 "대중식당에서 특정인 옆에 앉고 싶지 않다면,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일행 중 한 명인 마커스 라일리는 자신들이 당한 일이 2019년에 일어난 일이라며 "난데 없는 차별로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 글에 7600여명이 반응하고 5800여 명이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이 들끓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매장이 있는 네이퍼빌은 백인 73%, 아시아계 18%, 흑인 5% 등으로 구성된 중산층 동네다.

바알 일행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BWW의 인종차별 관련 직원 교육을 촉구했다. 또 변호인을 선임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진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BWW 본사 측은 "내부 조사를 거쳐 관련 직원과 매니저들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변인은 "BWW는 포용적 환경을 중시하며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바알 일행이 자리를 옮기도록 요구한 고객에 대해 '전국 매장 영구 출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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