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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싹 들어내라"는데…北금강산 홈피엔 "손잡고 잘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금강산 지역에 남측 정부와 현대아산이 건설한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금강산관광 관련 홈페이지는 여전히 “현대와 손잡고 (금강산 관광을) 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 담긴 게시문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산 국제여행사 홈피 "아무리 발악해도 금강산 관광 가로막지 못해" #"김정일, 군사지역을 통째로 내주는 대용단 내려"

금강산국제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금강산국제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6일 본지가 북한의 금강산 관광을 담당하는 금강산국제려(여)행사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홈페이지는 투자유치 코너에 ‘금강산관광 1단계 지역 개발 총계획’을 소개하며 금강산 관광의 역사와 현황, 전망을 설명했다. 홈페이지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우리 민족사와 통일 위업에 이바지한 공적은 실로 거대하다”며 “(남측 정부가)지난 2008년 7월 우발적으로 발생한 관광객사건을 구실로 금강산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이 아무리 발악해도 남녘 겨레들의 소중한 추억이며 희망인 금강산관광은 절대로 가로막을 수 없다”며“앞으로도현대 측과의 신의를 귀중히 여기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손잡고 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국제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금강산국제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가 “현 보수 당국”이라거나 “지난 5월 31일에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을 새로 채택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글귀는 북한이 금강산 특구법을 제정한 2011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며 “(남측이 건설한) 시설물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이후 홈페이지를 개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대용단에 의한 통일 사업의 하나로 여겨 왔다”며 “이런 기조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을 남북관계 협력의 상징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해 오던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철거 지시’ 이후 입장이 180도 바뀌다 보니 남측에 “뜯어 가라”는 통지문을 보낸 것 이외에 아직 후속 조치가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 “현대를 남북관계의 첫사랑”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금강산 지역을 직접 찾아 골프장 건설을 지시하기도 했다. 해당 홈페이지도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는 금강산을 보고 싶어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절절한 소망과 민족을 위해 적으나마 이바지하려는 남조선 기업가의 념(염)원을 헤아려 북과 남이 첨예하게 대치한 군사지역을 관광지로 통채(통째)로 내주시는 대용단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금강산 관광 재개가 여의치 않자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을 “남에게 의존한 선임자들의 잘못”이라 비판하며 독자 개발을 지시했다.

한편, 정부는 5일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앞으로 당국과 사업자 등이 포함된 공동점검단을 구성해 방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관계자 접촉 금지령을 내린 데다,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지시가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이 무조건 철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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