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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생수 등 3억어치… 노조, 경찰포위 전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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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오후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1층 로비에 포항 건설노조가 점거 때 들여왔던 비상식량과 쇠파이프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북 포항의 포스코 본사 앞.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대형 물탱크 차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물로 시멘트 바닥을 깨끗이 씻고 있다. 옆에서는 대형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쓰레기가 가득 실린 적재함을 끌고 간다. 22일 오후 시작된 청소작업으로 건물 외부는 말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1층 로비로 들어서자 한쪽에 시위용품.비상식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건설노조원들이 점거기간인 13~21일 오전까지 8일 동안 먹고 남은 것을 경찰이 압수한 것들이다. 포스코 측은 이곳에 물품수량 등을 적은 팻말을 세워뒀다.

경찰에 따르면 압수된 라면은 2만3100여 개, 초코파이 6만480개, 0.5ℓ와 2.0ℓ짜리 생수가 2만2500개나 된다. 라면 등을 끓이는 데 필요한 30인분 대형 솥 3개와 LP가스통 6개도 압수됐다. 노조는 LP가스를 15~18일 사이 5층에 진입하려던 경찰에 쏘았던 사제 화염방사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압수된 시위용품도 엄청났다. 2~4m짜리 쇠파이프가 1440여 개, 각목 390여 개, 죽봉 90개와 확성기 3개, 북.징.꽹과리 등이 압수됐다.

경찰은 "건설노조 회계담당 간부를 조사한 결과 비상식량 구입에 3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노조는 이들 물품을 경찰이 포스코 본사 주변을 완전 포위하기 전인 13~14일 오후 사이 트럭.지게차를 동원해 본사에 옮긴 뒤 엘리베이터.노조원을 통해 각 층으로 운반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물품정리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포스코 직원들은 대부분 자진 출근해 청소와 사무실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진공청소기를 동원해 카펫을 청소하고, 훼손된 벽면에 페인트 칠하기, 쓰레기 수거 등으로 비지땀을 흘렸다.

6층 노무기획실 조영준(34) 대리는 "사무실의 일부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등이 부서지고 서류가 나뒹굴어 정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2일 오후부터 5t 트럭 80대 분량의 각종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그러나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피해가 가장 심한 5층 계단과 사무실은 청소하지 않고 1~2일간 그대로 두기로 했다.

포스코 측은 "청소가 끝나는 24일 직원들을 정상 출근시키지만 PC와 노트북 등은 보안점검 뒤에 사용이 가능해 업무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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