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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긴박했던 장관들…호텔 가다 차 돌리고, 스피커폰 회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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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종 2차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4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종 2차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4일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정문이 타결되기까지 각국 협상 대표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이들은 모든 메신저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해 양자·다자 간 긴밀히 논의를 이어왔다. 의자만 놓고 몇몇이 모여앉아 스피커폰으로 회의를 하기도 하고, 회의가 수시로 소집돼 호텔로 가다가 차를 돌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간 협정문 타결이 선언된 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고 타결 과정을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인도가 동참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 적자에 시달려온 인도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의 공세를 우려해 협상에서 빠졌다.

유 본부장은 RCEP 타결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등 분야에서 RCEP 역내 시장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서비스투자 부분의 해외시장 진출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수출품목의 시장 개방을 확보하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 본부장과 기자단 간 일문일답이다.

RCEP이 급하게 진전된 배경은.
RCEP이 2년째 ‘조속한 타결’을 목표로 해왔다.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해서 제가 10월 31일에 도착한 뒤로 어젯밤 12시까지 각국 장관과 회의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 며칠간 긴급수석대표회의, 긴급장관회의 등 마지막까지 타결 노력을 기울여 결실을 본 것이다.
내년 2월에 최종 서명을 시도한다는 외신 보도가 있는데 인도가 참여할 가능성은.
내년으로 서명 시기를 정했을 뿐 정확한 날짜는 아직 없다. 15개국이 인도의 우려에 대해서 소통하고 귀 기울이면서 방법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도 그런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인도가 협정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은.
지금은 예단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오늘 정상회의에 인도 정상도 참석했다. 인도의 고민 등에 대해 16개국이 소통하며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안을 찾기로 했다. 15개국 간 합의를 바탕으로 시장개방 등 일부 남은 부분도 마무리해 서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와 별도로 회담할 계획이 있나.
지난 며칠간 인도와 각국이 양자회담도 하고 함께 모이기도 해서 마지막까지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양자·다자 회담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RCEP 타결로 우리 산업 중 가장 혜택을 입을 분야는.
이번에 타결된 협정문을 통해서는 최신 무역규범,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등 부문에서 RCEP 역내 시장에 우리 기업의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그간 각국이 별도로 뒀던 원산지 규정을 통일시켜서 교역을 원활히 할 수도 있다. 서비스 투자 규범도 이전보다 자유화해서 이와 관련한 부분 해외시장 진출이 강화될 것이다. 다만 상품 분야의 시장 개방은 현재 진행 중인 일부 국가 간 논의가 끝나야 (영향을 받는) 구체적 업종을 말씀드릴 수 있다. 남은 과정에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수출품목의 시장 개방을 확보하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협정문 타결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
각국 장관 간 회의가 수시로 소집돼 호텔로 가다 차를 돌려서 가기도 했다. 어느 나라 장관이 어느 메신저 앱을 쓰는지 다 알고 있다. 왓츠앱, 바이버, 라인 텔레그램 등 모든 앱을 깔고 수시로 연락했다. 나중에는 공식 회의 테이블이 아닌 작은 방에 삼삼오오 의자만 갖다 놓고 (다른 나라 장관과) 스피커폰으로 통화까지 하며 회의했다.
RCEP 환경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등이 가해질 수 있나. 일본의 자동차, 전자 업계가 우리나라의 동종 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마찬가지로 RCEP에서도 자유로운 상품 교역을 위해 수량제한 조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협정문은 100% 타결했으나 시장 개방의 경우 아직 몇 개 국가와 협상이 남아있다. 그것이 끝나야 일본의 영향을 말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우려는 업계와 소통하며 민감성을 최대한 보호하는 수준에서 협상하고 있다.
후속 협상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탈출을 선언할 가능성은.
협정문 협상은 타결됐고 시장개방 관련 이슈도 대다수가 해결됐다. 지난 7년간 협상한 노력과 과정을 생각할 때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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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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