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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사 기 받은 송명근, OK저축은행 5연승 이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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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OK저축은행 송명근(윗쪽)은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MVP가 될 만큼 맹활약했다. 하지만 2016년 무릎 수술 이후 부진했다가, 이번 시즌 전성기 경기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뉴스1]

OK저축은행 송명근(윗쪽)은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MVP가 될 만큼 맹활약했다. 하지만 2016년 무릎 수술 이후 부진했다가, 이번 시즌 전성기 경기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송명근(26)이 다시 날아올랐다.

프로배구 개막 후 고공행진 #송, 시몬과 함께 뛰며 많이 배워 #외국인 선수·포지션 바뀌며 추락 #감독과 훈련하며 제2 전성기 맞아

OK저축은행은 4일까지 치른 2019~20시즌 5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5전 전승(승점 14점)으로 남자부 1위다. 한 경기 더 치른 2위 대한항공(4승 2패·승점 12점)에 승점 2점 차로 앞서 있다. 고공행진의 중심에 부활한 송명근이 있다. 송명근은 4일까지 91득점(8위), 공격 성공률 55.71%(4위), 세트당 서브 에이스 0.32개(10위) 등으로 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격 성공률은 한창 잘 나갔던 2015~16시즌(55.16%)과 비슷하다. 국내 공격수 중에선 정지석(대한항공·58.20%)에 이어 2위다. 최근 안산 홈 경기에서 만난 송명근은 “이제야 내 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명근은 경기대 3학년이던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신생팀 OK저축은행에 입단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시몬(쿠바)이 2014년 팀에 오면서 팀도 송명근도 최고의 시절을 보낸다. 시몬은 V리그에서 두 시즌 뛰면서 OK저축은행에 우승 트로피 두 개를 선물하고 떠났다. 당시 송명근은 ‘시몬 껌딱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시몬 옆에서 기술과 마인드 컨트롤 등 많은 걸 배웠다. 그런 과정을 거쳐 송명근은 2014~15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고, 2015~16시즌에는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렸다.

시몬이 OK저축은행을 떠난 뒤 거짓말처럼 송명근은 평범한 선수가 됐다. 2016년 무릎 수술을 받은 뒤로는 경기력 회복까지 더뎠다. 2016~17시즌 36경기 중 절반도 안 되는 14경기에 출전했고, 전 시즌 우승팀이던 OK저축은행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최하위는 그다음(2017~18) 시즌까지 이어졌다.

OK저축은행 송명근

OK저축은행 송명근

지난 시즌(2018~19) 송명근은 전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득점은 전성기 때의 절반으로 줄었고, 공격 성공률도 40%대로 떨어졌다. 송명근은 시즌 전 “올해는 다르다”며 독기를 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주장까지 맡아 고군분투했지만,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송명근은 “(지난 시즌) 주장을 처음 맡은 데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쿠바)가 공격형 레프트라서, 나도 처음이지만 수비형 레프트를 맡아야 했다. 여러 부담이 겹쳐 힘들었다”고 말했다. 팀 순위는 7위에서 5위로 올라섰지만, 세 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 송명근이 달라졌다. ‘배구도사 돌(石)도사’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의 역할이 컸다. 올 4월 부임한 석 감독은 송명근과 속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석 감독은 송명근의 처지에 공감하면서도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석 감독은 “명근이한테 ‘수술한 지 2년 지났다. 부상 얘기는 핑계다. 핑계 대지 마라’고 했다”며 “강하게만 밀어붙인 건 아니다. 감독과 선수로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나는 이런 걸 원한다’는 방식으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석 감독은 “지난해 결혼한 얘기를 꺼내 ‘네가 못하면 아내가 힘들다’며 분발을 유도했다”라고 덧붙였다.

OK저축은행 송명근은

OK저축은행 송명근은

석 감독은 송명근에게 공격형 레프트를 맡겼다.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레오(크로아티아)가 라이트 공격수라서 가능했다. 그는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컵대회에서 부활을 알렸고, 정규리그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송명근은 “시즌을 준비하며 감독님이 유독 내게 신경 써주셨다. 잘할 수 있다는 걸 감독님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가 수비와 블로킹 훈련을 할 때도 감독님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줬다. 연습한 결과가 이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던 OK저축은행에 최근 악재가 생겼다. 지난달 30일 KB손해보험전 도중 레오가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다. 회복까지 3~4주가 필요해 이달 중엔 코트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석 감독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지 않고, 레오의 회복을 기다리기로 했다. 송명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석 감독은 “송명근, 조재성 등이 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명근은 레오가 빠진 두 경기에서 두 자릿수 점수를 올리며 석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돌도사’의 믿음으로 날개를 단 송명근이 더욱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안산=김효경 기자, 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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