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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두 청년 IT로 화물운송 중개…20조 시장 뛰어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박준규 대표(左), 박재용 대표(右)

박준규 대표(左), 박재용 대표(右)

영국 런던 정경대를 졸업한 20대 ‘엄친아(엄마친구아들의 줄임말)’ 한국 청년 둘은 2016년 국내 화물 운송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물차를 몰아본 적도, 화물 운송 사업을 해 본 적도 없는 이들은 불과 3년 만에 연 매출 180억 원대의 화물 운송 회사를 키워냈다. 지난해 카카오벤처스, 스파크랩스 등 투자자로부터 19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화물 운송 플랫폼인 ‘로지스팟’을 창업한 박준규·박재용(30) 공동대표 얘기다.

로지스팟 박준규·박재용 공동대표 #서울~부산 빈차로 안 오는 앱 구상 #투자자 찾으니 “물류짬밥 먹어봐라” #매출 20억 회사 인수해 3년새 9배로 #“퀵·냉동화물로 덩치 키워나갈 것”

이들은 둘 다 화물 운송 분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박준규 대표가 화물 운송의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은 홍콩 소로스 펀드 인턴 등을 거쳐 졸업 후 안마의자로 잘 알려진 바디프랜드 해외사업팀에서 근무하면서다. 그는 “국내 시장만 연간 20조원이 넘는 규모인데도 디지털화가 안 돼 있고, 대부분의 업체가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IT기술의 접목과 대형화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래서다.

이런 박 대표의 아이디어를 들은 박재용 대표는 다니던 미국 투자은행인 그린힐(런던지점)을 그만두고 창업에 합류했다. 그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간 화물차가 IT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서 서울로 연계 운송을 할 수 있으면 공차율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돌려봤다”며 “그 결과 물류비가 확연히 절감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로지스팟 서비스 이미지 화면. [사진 로지스팟]

로지스팟 서비스 이미지 화면. [사진 로지스팟]

이들은 이 데이터를 가지고 물류 분야의 엔젤 투자자를 찾아갔다. 투자자는 “물류·운송 경험이 없으니 회사를 인수해 ‘물류 짬밥’을 좀 먹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내놨다. 조언에 따라 2016년 연 매출 20억원 규모의 화물 운송 회사인 국제로지스를 인수하면서 로지스팟을 창업하고, 다양한 형태의 운송 과정들을 하나의 채널(화면)에서 주문하고 관리하며 정산할 수 있는 현재의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설립 2년 만에 SPC, 한샘이펙스, 넥센타이어, 퍼시스, 윈체, 성지제강 등 15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연간 6만대 이상의 화물차를 연결하고 있다. 사업 첫해 목표 매출 100%를 달성해 올해 매출액(잠정)은 180억원에 달한다.

수익 모델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운송 컨설팅을 진행해 구간별로 최적의 운송 방안을 찾아낸 뒤, 다양한 형태의 차량을 배차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기업 입장에선 전체 운송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이를 하나의 화면에서 관리하고 정산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화물 업체 역시 공차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이란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2017년부터 시작한 우버 프레이트(화물 운송)에 2억 달러(23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두 대표는 앞으로도 M&A로 몸집을 키워 효율성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퀵서비스 회사나 냉동·냉장 등 특수 화물 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다. 박재용 대표는 “화물 운송 사업은 대형화할수록 공차율을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박준규·박재용 대표는 각각 아버지가 사모펀드사 대표와 유명 변호사다. 박재용 대표는 “(아버지가) 도전하고 싶으면 도전하되, 손 벌릴 생각은 마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박준규 대표도 “아버지가 ‘투자금은 돌려줄 생각으로 받아라’, ‘생각 없이 투자받고 생각 없이 뽑으면 망한다’ 이런 조언을 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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