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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타기’로 항공촬영사업 입찰 담합…11개사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항공사진 출력 서비스 화면.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캡쳐]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항공사진 출력 서비스 화면.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캡쳐]

국토지리정보원이 발주한 항공사진촬영 등 용역사업에서 입찰담합 사실이 적발된 11개 업체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항공사진촬영이나 수치 지도제작 등 각종 측량사업 용역을 발주해왔다. 이 사업에 입찰자로 뛰어든 11개사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사다리 타기’ 등의 방법으로 담합 행위를 했다. 사전에 낙찰자를 정한 뒤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고, 낙찰받은 사업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지분을 나눠 공동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가담한 회사에 모두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일부 회사는 억울함을 주장했다. 항공촬영사업은 면허를 가진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등 그 자체로 이미 상당히 제한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입찰 담합으로 인해 경쟁 제한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오히려 업체 간 공동 행위로 균등하게 기회가 제공됐고, 효율성이 증대됐다며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낙찰가를 올리려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기업들은 사전에 합의한 대로 낙찰을 받았고 낙찰받은 물량 역시 사전에 합의한 지분에 따라 배분하려고 서로 하도급을 주고받고 수익을 정산했다. 이런 방식은 참여한 업체들 사이 서로 담합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수단이 됐다. 법원은 "항공촬영 용역에 입찰이 가능한 업체들 사이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라고 판결했다.

1심은 "장기간 입찰담합으로 공정성을 해치고,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적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11개 회사에 대해 각각 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사이의 벌금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회사 대표 최모씨 등 6명 중 범행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3명에게는 징역 10월의 실형을, 나머지 3명에게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양형이 부당하다는 일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액수를 3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로 줄였다. 실형을 받은 3명의 회사 대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도 원심판결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oe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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