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자체의 주가가 나빴다고 애널리스트 평가가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하락세일 때 '팔자' 추천을 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업종에 따라 애널리스트 간의 능력의 차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대신 해당 업종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꼼꼼히 살피고 분석해낸 애널리스트의 점수가 높았다.
CJ투자증권 정지윤 연구원이 받은 RQ지수는 44.21. 업종 내 2위 애널리스트가 받은 점수의 3배에 달한다. 게다가 정 연구원이 파고 든 업종은 평균 RQ지수가 마이너스(-12.76)로 고꾸라졌던 철강.비철금속이다. 그가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데는 현대제철을 놓고 매수의 '외길'을 고집한 덕이 크다. 지난해 9월 말 거침없이 오르던 현대제철의 주가는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사자'와 '팔자'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며 시장의 눈치를 살폈지만 정 연구원은 매수를 고집했다.
"덩치의 미덕이 작용하는 곳이 철강 업계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투자를 통해 명실상부한 넘버 투가 됐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라는 막강한 수요처가 있어 기업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런 뚝심은 올 4월 빛을 발했다. 올 초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한 현대제철의 주가는 4월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기전자.인터넷 등 기술 전반 부문서 1위를 차지한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네오위즈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조사 기간 중 네오위즈의 주가는 2만1800원에서 7만9900원으로 267%나 올랐다. 그가 네오위즈를 주목한 것은 창업자인 나성균 사장의 귀환. 나 사장이 흔들리던 네오위즈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제2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 믿었다.
"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당장 이익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 사장이 제시한 신성장동력이 시장의 요구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감이 왔다."
한편 아니다 싶으면 빨리 돌아서는 것도 유능한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전략으로 꼽혔다.
자동차 및 부품에서 베스트로 꼽힌 UBS의 데이비드 김 애널리스트는 이 업종이 2005년 말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때 발 빠르게 돌아섰다. 매수에서 중립, 그리고 매도로 돌아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머니팀=김종윤.안혜리.손해용.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