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트윗에 "땡큐!"…트럼프 트윗은 음모론 온상?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힌 트윗에 "아주 좋아요. 고맙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는 지지자의 트윗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한, 평범한 소통으로 보였지만, 미국 정보당국을 긴장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랑한다'고 쓴 트위터 계정 '10_gop'는 러시아 정보당국 공작원이 만든 스파이 계정이었기 때문이다.

NYT, 트럼프 트윗 1만1000여건 전수조사 #"음모론 계정들, 트럼프 칭찬하면서 접근" #"트럼프, 145개 이상의 미검증 계정 리트윗"

'트윗 정치'의 발신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음모론과 가짜뉴스, 인종차별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 1월 20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작성한 트윗 1만1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트윗 재확산) 또는 답장을 한 계정에 러시아·중국·이란 등 적성국가의 정보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개설한 스파이 계정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중독'이 미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장이나 리트윗이 음모론 확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계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미국 영화배우 커트 러셀의 얼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한 트윗 계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태그하며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대통령"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트윗에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수 답장까지 보내자 '러셀 계정'에는 순식간에 팔로워 2900여명이 생겼다. 그러나 이후 러셀 계정은 극우성향의 음모론을 펼치는 가짜 계정으로 판명돼 트위터에서 차단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9월 트위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트윗에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추후 이 계정은 러시아 공작원이 만든 '트롤 계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9월 트위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내용이 적힌 트윗에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추후 이 계정은 러시아 공작원이 만든 '트롤 계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NYT는 "트위터의 트롤(악플 등으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가짜뉴스로 정보를 교란하는 행위) 계정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며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리트윗이나 답장을 받아 팔로워를 늘리는 방식이 가짜뉴스나 음모론 확산을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러시아 공작원들이 개설한 가짜 트윗 계정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쓰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미식축구 선수를 비난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도 이를 응원한다는 식으로 트윗을 작성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스파이 계정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만번 이상 트럼프 대통령을 태그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을 포함하고 있는 145개 이상의 검증되지 않은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했다"며 "이 계정 중 20여개 이상은 트위터로부터 차단당한 계정들"이라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