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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주말에 스마트폰·TV·태블릿만 6시간…평일은?

중앙일보

입력

영유아가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TV 등 디지털 기기를 쓰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영유아가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TV 등 디지털 기기를 쓰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올해 네 살인 김 모 양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친구처럼 지낸다.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에서 자기가 원하는 콘텐트가 나올 때까지 능숙하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밥 먹을 때도 예외가 아니다. 김양의 어머니인 박 모(34)씨는 "외식할 때 안 보여주려고 해도 떼를 심하게 쓰니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폰이나 태블릿을 쓸 수밖에 없다. 식당에 가보면 또래 아이를 둔 집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다"라고 했다. 좀 더 어릴 때는 울거나 보챌 경우에만 잠시 보여줬지만, 이젠 집에 앉아서 TVㆍ스마트폰 속 캐릭터를 보고 따라 하는 게 일상이다. 박 씨는 "최대한 안 보여주는 게 정답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 나중에 커서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2~5세 영유아 자녀 둔 보호자 400명 분석 #3개 디지털 기기 모두 3년새 사용시간 늘어 #평일에는 하루 4.4시간 써, 주말보단 적어 #"최대한 늦게 접하게, 부모도 모범 보여야"

최근 3년 새 김양 같은 미취학 영유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독 이슈가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태블릿 PC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주말에는 이러한 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하루 6시간에 육박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5세 영유아 자녀를 둔 보호자 400명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신 교수팀은 2015년 12월~2016년 6월 이들을 대상으로 첫 조사를 했다. 그 뒤에 2차(2016년 1월~2017년 9월)와 3차(2017년 5월~2018년 6월)에 걸쳐 추적 조사를 시행했다. 분석 대상 아동의 평균 연령은 1차에서 생후 46개월, 2차는 59개월, 3차는 72개월이었다. 1차와 3차 조사 시기는 약 2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TV나 태블릿 PC에 매여있는 시간도 상당하다. [중앙포토]

아이들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TV나 태블릿 PC에 매여있는 시간도 상당하다. [중앙포토]

두 기간을 서로 비교하면 아이들의 스마트폰ㆍTVㆍ태블릿 사용 시간은 모두 눈에 띄게 늘어났다. 아이가 커갈수록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의미다. 평일 기준으로 TVㆍ태블릿 사용 시간은 하루 0.6시간씩 증가했다. 스마트폰은 하루 0.4시간 늘었다. 특히 세 종류의 기기 가운데 태블릿 PC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아이들의 사용 시간ㆍ횟수, 부모의 소유 비율이 모두 가장 많이 늘었다. 이들 기기에 노출되는 양상은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디지털 기기와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집ㆍ유치원 등에 가야 하는 평일보다 부모와 함께 보내는 주말에 디지털 기기 사용량이 더 많았다. 3차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ㆍTVㆍ태블릿을 모두 합친 사용 시간은 주중에 일평균 4.4시간, 주말에는 5.9시간에 이르렀다. 국내 영유아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11시간 53분(을지병원 연구)인 걸 감안하면 주말에 깨어 있는 시간 절반은 디지털 기기를 하면서 보낸다는 의미다.

해법은 결국 부모 등 어른들의 관심과 개입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최대한 늦게 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도 TV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등 아이에게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게 좋다. 신 교수팀은 "이번 분석에서 한국 미취학 아동들의 미디어 기기 사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들은 특히 아이들의 기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주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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