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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떠나 정의당 가는 이자스민···심상정이 직접 챙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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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42) 전 새누리당 의원(19대·비례대표)이 이르면 오는 11일 입당식을 갖고 정의당으로 ‘이적(移籍)’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의 21대 총선 출마나 당직 선임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주 중으로 이 전 의원의 역할에 대한 ‘교통정리’를 마친 뒤 입당 사실을 공개할 계획이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지난달 중순 새누리당의 후신(後身)인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계를 냈다. 이 전 의원 영입은 심상정 당 대표가 직접 챙겼다. 심 대표는 지난달 이 전 의원을 만나 영입 의사를 타진했고, 여기에 이 전 의원이 긍정을 표시하면서 입당이 이뤄졌다. 심 대표는 지난 1일에도 이 전 의원을 따로 만나 향후 당내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 전 의원 개인을 영입한 게 아니라 200만 이주민의 대표자를 영입한 것이기 때문에 모종의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18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18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 태생인 이 전 의원은 한국 최초 귀화인(歸化人) 국회의원이다. 1995년 항해사인 남편과 결혼해 98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2005년 KBS 교양프로그램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2008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의 ‘이주여성 정치인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각 정당에 비례대표 후보 이력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제안으로 입당한 이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 받아  ‘다문화 1호’ 금배지를 달았다.

이 전 의원은 정치에 발을 들인 뒤 꾸준히 이민자와 이주 여성·아동의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해 왔다. 그가 발의했던 ‘이주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2014년 12월) ‘이민사회 기본법’(2016년 1월 6일) 등이 그의 4년 의정활동을 대표한다. 그러나 번번이 ‘차별’이라는 장벽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발의한 두 기본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먼지만 쌓이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이민’이라는 법률용어 없다. 다시 말해 한국에는 이민 정책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지만, “불법체류자를 보호하기 위한 악법(惡法)”이란 비판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곤 했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정치 입문 과정에서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학력 위조’ 등을 들어 이 전 의원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가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하며 학력란에 ‘아테네요 생물학과 중퇴’라고 적었는데, 그 전까지 알려져 있던 ‘의대 출신’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전공의 의대 진학률이 높다는 데서 빚어진 논란이었고 이는 언론 기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그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은 2016년 4월 이후로 개인 SNS를 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의 정의당행(行)에 여야 할 것 없이 ‘아쉽다’는 소리가 나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민주당이 먼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썼다. 이 전 의원의 ‘친정 식구’인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리 주위에 있는 너무도 소중한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적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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