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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나온 그 식량으로 아프리카 곤충농장 170억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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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의 유충(왼쪽)과 동애등에 성충. [애그리프로틴 홈페이지 캡처]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의 유충(왼쪽)과 동애등에 성충. [애그리프로틴 홈페이지 캡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의 한 농장에서는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를 84억마리나 기르고 있다. 농장의 곤충들은 매일 250t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먹어 치우며 연간 4000t에 이르는 단백질 식량을 만들어낸다. 온실가스 배출은 최소화하고 인류에 필요한 단백질은 더 많이 만드는 방법으로 아프리카의 '곤충 농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남아공에 84억 마리 곤충농장 가동중 #단백질 풍부한 '동애등에' 연간 4000t 생산 #유엔보고서 "2050년엔 식량 70% 더 필요" #미래 식량 위기...전세계 곤충산업 각광

남아공의 식량자원 업체 애그리프로틴은 대표적인 미래 단백질 자원 생산기업으로 꼽힌다. 이 업체의 곤충 농장은 인간이 버린 폐기물을 활용해 다시 인간이나 동물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동애등에 특성상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각종 유기물을 사료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식재료나 사료로 쓰이고 있다. 최근 남아공에선 동애등에 유충으로 만든 유제품 대체품 엔토밀크(EntoMilk)를 사용한 요리와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제이슨 드류 애그리프로틴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엔 쓰레기가 넘쳐나지만 단백질은 부족하다"며 곤충 농장의 높은 미래 가치를 역설했다.

곤충 농장에서는 단백질 외에도 곤충의 배설물을 활용해 1년에 1만6500t에 달하는 농업용 거름과 3500t에 이르는 지방산 기름도 만들어진다. 주요 수입원인 단백질과 부산물 덕분에 애그리프로틴은 매년 1500만 달러(약 170억원)씩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농장을 짓는 데 4200만 달러(약 490억원)가 들었는데 투자 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한 해 매출로 올리고 있는 셈이다. 애그리프로틴은 남아공을 넘어 내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도 벌레 농장을 세울 계획이다.

곤충 농장에서 단백질 생산에 활동되는 동애등에 유충의 모습. [애그리프로틴 홈페이지 캡처]

곤충 농장에서 단백질 생산에 활동되는 동애등에 유충의 모습. [애그리프로틴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곤충 단백질 자원 산업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인바이로플라이트)과 네덜란드(프로틱스BV), 캐나다(엔테라피드) 등에서도 동애등에를 활용한 단백질 생산기업이 등장해 아프리카의 애그리프로틴과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인섹트)에서는 '밀웜'(갈색거저리 유충)을 이용한 단백질 생산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남아공 해안 도시 더반 인근에서는 쇠똥구리와 벌집 나방 등을 활용한 새로운 단백질 생산 농장에 관한 실험도 진행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곤충 산업이 뜨는 이유는 다름 아닌 미래 식량 위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7년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약 97억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식량도 지금보다 1.7배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FAO는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지금보다 부족해져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함께 내놨다. FAO는 전 세계 축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인구가 늘어나 사람들은 더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데, 생산하고 싶어도 생산할 방법이 없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시대가 당장 20여년 앞으로 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곤충 농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축산업보다 75% 적다. 이미 포화상태인 축산업 대신 곤충 농당이 미래 단백질 생산기지로 각광받는 이유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베이한 데 용 동물단백질 연구원은 "곤충은 가치가 낮은 폐기물을 고부가가치의 단백질로 바꿔주는 흥미로운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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