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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싸늘한 북 알고 보니…김정은의 더 센 접촉 금지령 탓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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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08면

김정은

김정은

지난 3월 “남북 접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던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또다시 대남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가 1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한국을 향해 취하는 행동들은 단순히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조치 이상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대남 접촉 금지령이 다시 내려졌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접촉 중단 이어 통미봉남 강화 #평양 축구 냉대, 금강산 서면 협의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전만 보내 #해외동포 교류는 허용, 미 의식한 듯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유사한 지시를 내렸고 이후 남북관계가 중단됐다”며 “상반기 금지령을 철회될 시점이 됐지만 오히려 김 위원장은 이전 금지령보다 강도나 범위를 한층 강화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3월 말 대남· 외교 담당 간부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남측과 접촉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돼도 민간단체들의 방북이나 국제대회 참석 등은 간헐적으로 허용해 왔다”며 “하지만 오는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도 불참하기로 하는 등 아예 얼굴을 맞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예선전 때 남측 기자단과 응원단을 받지 않고 중계까지 불허하면서 대남 접촉을 최소화한 것이나 금강산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서면 협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 모두 김 위원장의 대남 접촉 금지령에 기인했다는 얘기다.

북한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 소식엔 지난달 30일 판문점을 통해 조의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별도의 조문단 파견 대신 조의문만 전달하며 ‘조용한’ 조문 방식을 택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도 우리 측에 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보냈는데 당시는 ‘김여정 동지’를 보낸 바 있다. 이번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판문점에서 비공개로 북측 인사를 만나 조의문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지난 6월보다 북한의 태도가 더욱 경직돼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하고 있지만 해외를 향해서는 태도가 다르다. 김 위원장은 대남 접촉 금지령 속에서도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는 예외로 했다고 한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에 미국 등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를 주로 담당하는 해외동포원호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대남 접촉 금지령 속에서도 이곳 업무는 열어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에는 문을 닫으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통로를 확보해 놓는 ‘통미봉남’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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