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계속해? 말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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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지속돼 온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폐지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유지될 것인가.

국기에 대한 맹세의 유지 여부를 놓고 네티즌들이 활발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음의 아고라 등에서는 네티즌들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은 홍미영 의원(열린우리당) 등 25명이 2004년 9월 발의한 '대한민국국기 법안'의 심의 일정이 다가오면서 시작됐다.

홍 의원 등은 이 법안에서 현행 대통령령으로 명시된 '대한민국 국기규정'은 유지하되 제3조에 규정된 '국기에 대한 맹세' 부분을 삭제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1972년 이후 한국인의 일상 속에 자리잡은 국기에 대한 맹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 등 13명의 의원들이'국기에 대한 맹세'가 포함된 국기법을 다시 제출한 상태여서 두 법안의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기 맹세문 삭제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비민주적 독재정권 때 만들어졌고 국가에 충성만을 요구하는 강제적이고 훈육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굳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법률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하면서 일본 기미가요 강제 사건 등을 이유로 일본의 국가주의를 비난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창훈이란 ID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국기에 대한 맹세엔 개인의 가치나 정의 같은 개념이 없다"며 "국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때 무조건 충성을 다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적인 충성이 아니라 정의 같은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문구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을 국기앞에서 맹세하는 것은 순수하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국기는 이념을 떠나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는 것은 애국심이라는 개념을 파시즘과만 연결하고자하는 편협한 시도라는 것이다.

kftn이란 ID 사용자는 "국가에 충성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는 게 그렇게 더럽고 아니꼽냐"며 "초유일 강대국은 국가에 대한 사랑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또 '남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서 충성을 다할 것을 태극기 앞에서 다짐하는 것이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쁘냐"며 "강압적이어서 싫으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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