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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입' 막히나…트위터 "모든 정치광고 금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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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잭 도시 트위터 CEO는 30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트위터상에서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EPA=연합뉴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30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트위터상에서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EPA=연합뉴스]

국제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주요 업무로 자리잡은 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이나 정부 방침, 자신의 정치적 견해 등을 트위터로 수시로 밝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공식 발언이나 백악관 대변인 공식 성명보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식을 더 빨리 전하고, 내용도 자세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이 제작한 동영상이나 사진, 글을 리트윗하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입’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CEO "인터넷 정치광고 민주주의 위협" #다음달 22일부터 정치광고 금지 시행 #탄핵조사·지지율 저조 트럼프에 악재 #트럼프 캠프 "멍청한 결정" 강력 반발

잭 도시 트위터 CEO는 30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트위터상에서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AP=연합뉴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30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트위터상에서 모든 정치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AP=연합뉴스]

이러한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었다. 30일(현지시간) 모든 정치 광고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미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SNS 등을 통해 정치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트위터를 통해 돈을 받고 광고를 싣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올리는 글은 앞으로도 제한은 없겠지만, 동영상이나 사진 등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광고성 콘텐트는 트위터를 통한 배포가 어려워지게 된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트위터상의 모든 정치 광고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인터넷 광고는) 상업 광고주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 힘은 표심에 영향을 줘 정치에 상당한 위협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책은 다음 달 22일부터 시행되며 세부 내용은 시행 일주일 전인 15일 공개될 예정이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위터에서 모든 정치 광고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사진 잭 도시 트위터]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위터에서 모든 정치 광고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사진 잭 도시 트위터]

정치 광고 금지의 범위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물론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것이다. 도시 CEO는 “후보자 광고만 중단하는 방법을 고려했지만, 그 경우 회피 수단이 생길 수 있어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며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접근은) 얻어져야 하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계학습 기반의 메시지 전파, 마이크로 타기팅(Targeting),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 딥 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들어져 위조 사실 식별이 극도로 어려운 가짜 영상) 등의 잠재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상의 정치 광고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구조에선 적절하게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의 비리를 조사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인해 탄핵조사를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의 비리를 조사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으로 인해 탄핵조사를 받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의 이 같은 방침은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 탄핵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다.

당장 트럼프 재선 캠프는 트위터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브래드 파스칼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은 성명을 통해 “트위터가 수억 달러의 잠재적 수익을 버렸다. 주주들에게 매우 멍청한 결정을 했다”며 “트위터는 편파적인 자유 성향 미디어의 광고도 막을 것인가. 그들은 확인 없이 명백하게 공화당을 공격하는 정치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보수를 침묵하게 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측은 트위터의 정치 광고 금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측은 트위터의 정치 광고 금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AP=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환영했다. 바이든 캠프에서 커뮤니케이션 부국장을 맡은 빌 루소는 e메일 성명을 통해 “트위터가 트럼프 재선 캠프 등에서 내놓는 사실과 다른 중상모략을 광고로 내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의 정치광고 금지 방침에 대해 환영하며 정치광고를 허용한 페이스북을 비난하는 듯한 트위터를 남겼다.[사진 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의 정치광고 금지 방침에 대해 환영하며 정치광고를 허용한 페이스북을 비난하는 듯한 트위터를 남겼다.[사진 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로 “미국과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라며 “뭐라고 말할래,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사실확인(fact-check) 과정 없이 정치적 발언과 광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비판받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정치 영역에서 가짜 정보를 계속 허용토록 한 페이스북의 결정은 형편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트럼프 캠프 외에는 트위터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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