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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 세계무대서 수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모스크바=본사 국제전화】88서울 올림픽에서 물의를 빚으며 금2·은1·동메달 1개의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던 한국아마 복싱이 1년이 지나 국제 복싱계로부터 노골적인 냉대를 받는 수모를 겪고있다.
모스크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5회 세계아마복싱 선수권대회에 8명을 출전시킨 한국은 21일 부전승으로 2회전에 오른 라이트플라이급의 조동범과 웰터급의 박준호마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판정패, 다분히 보복적인 불공정판정의 희생이 되었다.
한국은 전선수가 모두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하고 초반 탈락하는 사상 전례없는 참패를 기록했다.
이날 조동범은 루마니아의 파라치프를 맞아 1,2라운드에서 월등히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3라운드 들어 헤드기어가 풀어져 공이 울리고도 잠시 늑장을 부리자 느닷없이 주심이 카운트 8까지 세는 등 불리한 상황 속에 27-14로 판정패했다.
또 박준호도 잠비아의 므왐바를 2라운드에 다운시키고도 판정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은 이 두 선수 외에 플라이급의 한광형, 페더급의 이훈 등 모두 4명의 선수가 경기에 이기고 판정에 겼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날 한국선수가 패한 체급에서 모두 승리하는 등 4명이 1, 2회전을 통과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조가 되고있다. 한국복싱은 서울 올림픽이후 전 체급에서 세대교체를 이뤄 전력이 급전직하, 하향곡선을 그려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예상했었으나 이 같은 참패는 충격적이다.
대한아마복싱 연맹 회장인 유현준 단장은 ▲한국복싱은 이제까지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의 유럽식인 정통복싱보다 파고드는 미국식의 인파이팅을 구사, 쓸데없이 빈매를 많이 허용하고있다 ▲컴퓨터 채점에서는 이 같은 스타일이 크게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도 이번 대회에서 저조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 같은 내적인 요인보다 서울 올림픽에서의 사건으로 철저히 보복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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