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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장기집권? 100석도 못건질판" 들끓는 ‘이해찬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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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 총선을 치렀다간 20년 집권은커녕 100석 사수도 불투명하다.”

“이해찬 반장 둔 봉숭아 학당 #조국 꽁무니만 쫓다 혁신 못해 #대통령 뒤에 숨는 것 너무 비겁”

더불어민주당 수면 아래서 ‘이해찬 지도부 책임론’이 일고 있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해찬 체제로는 총선을 못 치른다”면서 “지도부가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데 무슨 인재를 영입하고 정책을 구상하겠느냐”고 했다. “시스템 공천이니 뭐니 하면서 혁신 운운하지만, 진짜 혁신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도 했다.

30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일부 초선 의원이 이해찬 대표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꺼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제대로 말을 못한 게 사실”이라며 “집단 움직임까진 아니지만, 이철희 의원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걸 계기로 의원총회에서 얘기가 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라며“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 부분은 이해찬 대표에게 있다"고 했다.

책임론의 표면적 이유는 조국 사태다. 조 전 장관을 무조건 옹호하던 당 지도부가 지난 24일 조 전 장관 아내인 정경심 교수 구속에 침묵하자 눌렸던 불만이 하나둘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날 “조국 꽁무니만 쫓아다녀 놓고 이제 와 공수처니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모습이 이해찬 반장을 둔 ‘봉숭아 학당’ 같다”고 했다.

당내 대표적 ‘쓴소리’로 주목받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왜 굳이 검찰 개혁안에 무리하게 방점을 두느냐. 이제 경제, 민생으로 국면을 전환하자”고 발언했다.

이미 ‘조국 대전’ 최전선에 있던 법사위 소속 초선 의원 2명(이철희, 표창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암묵적 저항을 표시했다. 비문(非文)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가 아닌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물밑 반발엔 친문(親文) 세력이 강조해 온 이른바 ‘원팀’ 기조에 대한 반감이라는 분석이다. “‘내부 분열은 필패(必敗)한다’며 비판 목소리를 다 막아놓고 이제 와 보니 정작 지도부가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다”(수도권 초선 A 의원)는 문제 제기다. 아내가 구속된 조 전 장관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조국 사태 출구전략으로 지목한 공수처법도 선거제 개편안에 가로막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지난 9월 1일 출국하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와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이 대표, 문 대통령, 이인영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지난 9월 1일 출국하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와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이 대표, 문 대통령, 이인영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위기감은 당장 총선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겪은 ‘여당 참패’ 전철을 민주당이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진박공천’의 악몽이 ‘친문공천’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벌써 당 일각에서는 ‘조·박·금 저격공천’설이 돈다. 조응천, 박용진, 금태섭 등 지도부에 반기를 든 의원들 지역구에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10월 마지막 주에 총선기획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장은 관례에 따라 윤호중 사무총장이 맡는다”면서 “인재영입위원회는 이해찬 대표가 직접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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