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미 대선 흔드는 정치 ‘아싸’ 앤드류 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윤석만 이노베이션랩 기자

윤석만 이노베이션랩 기자

“시대의 난제를 풀겠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앤드류 양의 말이다. 44세의 대만계 기업인인 그는 미국 정가의 ‘핫(hot) 한’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 ‘아싸(outsider)’였던 그를 ‘수퍼 루키’로 만든 것은 차별화된 선거공약과 넘치는 패기다. 덕분에 양은 당내 유력한 70대 트리오 3명(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가 말한 난제는 “트럼프는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가”다. 그러면서 “러스트벨트 같은 지역의 일자리 400만 개가 자동화로 사라진 게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변이 아니라 기술혁명에 따른 사회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해법 또한 거침없다.

양은 “모두에게 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UBI)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혜택을 본 기업들로부터 재원을 마련하겠단다. 그는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아마존 때문에 수많은 점포가 문 닫았지만 정작 세금은 한 푼도 안 낸다”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의 임금만큼 기업이 부가가치세(VAT)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

노트북을 열며 10/28

노트북을 열며 10/28

아울러 개인정보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 ‘테크 체크(tech check)’도 제안했다. 기업은 개인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돈을 버는데, 정보의 주인은 정작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다. 알래스카 주민들은 1974년부터 유전 개발로 조성한 440억 달러 규모의 기금으로 ‘오일 체크(oil check·원유 배당금)’를 받는다. 그는 “미래엔 개인정보가 원유보다 더 가치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IT 거물들도 양의 주장에 찬성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소셜 미디어 레딧의 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도 “UBI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치켜세웠다. 빌 게이츠가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양의 말대로 정치가의 역할은 ‘시대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사회 갈등과 균열을 대리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의 지지율에서 출발한 트럼프가 각종 논란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은 보통 미국인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어떤가. 시민의 삶과 상관없는 이슈만 갖고 싸운다. 미국보다 빨리 ‘노동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를 고민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정치의 난제는 앤드류 양은커녕 ‘트럼프 같은 정치인조차 없다’는 것 아닐까.

윤석만 이노베이션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