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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 혹평받던 아이폰11의 반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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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이폰 11

아이폰 11

“15시간 밤새며 기다렸어요.”

카메라 모듈 “자꾸 보니 괜찮네” #긴 배터리 수명, 값은 50달러 내려 #한국 상륙한 날 매장 앞 100m 줄

아이폰11(사진)이 25일 한국에 상륙했다.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지 한 달 반 만이다. 서울 청담동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스토어는 이날 새벽부터 100여 m 줄이 생겼다. 아이폰 11은 출시 당시만 해도 혁신 부재와 뒷면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았다. 특히 뒷면 카메라 모듈 부분은 주방기구 ‘인덕션’과 비슷하다고 해서 ‘인덕션 폰’이라는 비아냥을 샀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자 ‘인덕션’은 아이폰 11의 ‘심볼’이 됐다. 애플은 부랴부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아이폰 11의 ‘반전 흥행’ 이유를 찾아봤다.

① 50달러 ↓ …  신선한 ‘가격 혁신’

애플은 신제품마다 가격을 올리던 전례를 깨고 50달러 정도를 내렸다.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아이폰11(64GB)의 미국 가격은 699달러(약 83만원, 부가세 제외), 전작인 아이폰XR(749달러)보다 50달러(약 6만원)가 싸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은 그간 혁신이 없어도 스펙이 향상됐다는 이유로 꾸준히 인상됐다”며 “그런데 애플이 가격을 낮추자 시장은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초기 판매량이 중국 등 주요 국에서 기대 수준을 넘은 데는 가격 효과가 절대적”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이폰11은 99만원, 프로는 139만원, 프로 맥스는 155만원부터 시작한다.

② 인덕션폰? “자꾸 보니 괜찮네”

아이폰 11은 출시되자마자 디자인 때문에 혹평이 쏟아졌다. 화면 상단의 M자형 노치와 경쟁폰보다 두꺼운 베젤(테두리)도 그대로였다. 여기에 뒷면에 렌즈 2~3개를 채택한 정사각형 모양의 카메라 모듈은 “인덕션을 보는 듯하다”는 조롱거리가 됐다. 하지만 출시 후 트리플 카메라는 오히려 아이폰 11의 상징이 됐다. 시장에선 “뒷면 디자인이 전작보다 안정적이다”, “자꾸 보니 괜찮다”는 평이 우세해지고 있다.

③ 카메라·배터리 성능 업 … 기본기 강화

미국 소비자 평가지 컨슈머리포트(CR)는 지난 13일 아이폰11 프로, 프로맥스가 최신 스마트폰 평가에서 각각 1위(95점), 2위(92점)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1위였던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플러스(90점)는 3위로 밀렸고, 9월 출시한 갤럭시노트10 플러스(89점)는 8위를 기록했다.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배터리와 카메라 성능 때문이다. 아이폰11시리즈의 배터리 수명은 40.5시간으로 프리미엄폰 중 가장 길었다. 아이폰11 프로 시리즈에 탑재된 트리플 카메라는 넓은 화각으로 전작(아이폰XS) 대비 높은 점수를 받았다.

④ LTE폰? “무늬만 5G보다 실속”

아이폰11은 LTE망을 쓰는 4G폰이다. 이미 5G가 상용화한 국내에서도 흥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받았다. 여기에 5G 가입자 유치 경쟁 중인 이통사들이 보조금 지급 등에 소극적일 것이란 전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SK텔레콤 등의 예약판매서 일부 색상은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현재까지는 LTE폰이 핸디캡으로 작용하진 않는 분위기다. “어차피 5G 잘 안 터지는데 LTE라서 더 좋다”는 반응이 만만치 않다. 국내 5G망 구축률은 전국망 대비 아직 10% 정도다. 잦은 끊김이나 속도 저하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아이폰11으로 저렴한 4G 요금제를 1~2년 더 쓰겠다는 소비자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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