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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주역들의 노령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경로우대 증의 통용범위를 공공부문으로 국한시키고 민간부문을 제외시킨 조처는 노인문제의 사회정책 적 접근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경로우대 증이 민간서비스산업의 일방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오히려 노인푸대접을 촉발시킨 것은 처음부터 정책입안자의 발상의 잘못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2020년대에 가면 전 인구의 10%로 불어나게 될 65세 이상 노인문제의 대책을 정부가 전적으로 떠맡아 복지차원에서만 해결하려 든다는 것도 국민부담과 시혜의 형평이란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은 것이다. 생활여건의 개선과 의약기술의 진보에 의해 증가일로에 있는 노령인구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데에 우리 모두가 모든 지혜를 서둘러 짜내야 할 시점에 있다.
우선 노인문제를 다룰 때 유념해야 할 일은 그들이 처해 있는 환경이 대가족제도의 전통사회로부터 크게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옛날은 노인공경사상이 높아 외부로 노출되지 않던 문제들이 이런 미풍양속이 시들어짐으로써 가정·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어른을 가족구성원이 봉양·보호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 론이 이미 허물어져 심한 경우 낯선 고장에 방기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들린다.
이런 변화 때문에 노인 자신이 자손들과의 불편한 가족관계를 원치 않고 스스로 독립해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갖는 경향도 늘고 있다. 더구나 고도경제성장기를 현역으로 뛰어온 일부 노인들은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의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직접 재산을 활용하며 노후를 즐기겠다는 합리적인 사고도 점증하는 추세다.
전자의 경우처럼 독자적인 생활능력도 없고 무의무탁한 노인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회복지 적인 차원에서 보호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무료양로원 시설이나 생계보조비, 경로우대 증의 활용은 이런 노인들에게 한정해 실시돼야 한다.
경제력이 있으면서 독립생활을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민간과 기업차원의 접근방식이 바람직하다. 같은 처지의 노인들이 함께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유료양로원이나 노인아파트와 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을 위한 간호원이나 보호 부의 파 출제도, 정기적인 급식·입욕 서비스 등 이 유료로 제공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부국에서는 이런 각종 서비스가 실버비지니스(Silver Business)라 해서 대형기업으로 체인 화되어 연간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노인전용의 각종 생활용품 개발과 시장확대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기업도 사회기여차원에서 노인산업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고령자 대책은 복지분야의 역할에 치중돼 왔으나 앞으로의 다양한 노인 층 필요에 대한 대응은 행정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능률적인 것도 아니다. 노인들의 여생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의 수요에 적합한 공급이 가능한 건전한 산업이 민간차원에서 육성돼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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