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안보에 무임승차 없다" 동맹국 방위비 증액 강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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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싱크탱크에 한 연설에서 "안보에 무임승차는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싱크탱크에 한 연설에서 "안보에 무임승차는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공동안보에 무임승차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스퍼 국방장관, 브뤼셀 싱크탱크 연설 #"전쟁 억지, 동맹 방어 위해 각자 몫 해야" #NATO 방위비 약속 이행여부 일일이 분석 #방위비 협상 중인 한국에도 압박 높일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향한 발언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줬다.

에스퍼 장관은 브뤼셀 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 연설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면서 "지정학적 위치나 규모, 인구에 상관없이 전쟁을 억지하고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모두 각자의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위해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에스퍼 장관은 연설에서 "나토 동맹국과 만나는 이틀 동안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면서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다. 하지만 동맹이 강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모든 회원국은 공정한 몫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목표 달성 여부도 일일이 지적했다. 지난 2014년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으나, 8개국만 이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절반 이상은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 있으며, 상당수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이행 계획을 세우지 못한 회원국에는 조만간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동맹이 굳건해지고 적으로부터의 방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가 투자하고자 하는 만큼 공동의 방어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에스터 미 국방장관이 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터 미 국방장관이 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스퍼 장관은 중동·유럽 방문 일정 내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방위비 분담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면서 주택이나 군대 주둔, 기지 공공요금 지불 등도 포함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대통령과 나는 취임 이래 모든 동맹과 파트너들에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면서 "일본에서의 주둔국 지원이나 유럽 동맹국의 GDP 대비 증액이든 핵심은 방위비 분담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눈에 띄는 건 ‘무임승차’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고, 국가별 분담금 지출 상황을 세세하게 지적하면서 압박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미는 23~24일 이틀 동안 미국 하와이에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2차 회의를 진행했다. 에스퍼 장관의 '무임승차'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 수위도 한층 거세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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