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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없다" 버려지는 땅 매년 늘어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36)

예전에는 재산 상속 문제가 형제간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이 생겼다. 최근에는 저출산으로 자녀들이 적어지자 이러한 분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중앙포토]

예전에는 재산 상속 문제가 형제간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이 생겼다. 최근에는 저출산으로 자녀들이 적어지자 이러한 분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중앙포토]

사람이 사망하면 재산의 상속문제가 일어난다. 이때 부모의 재산을 둘러싸고 형제간 싸움이 시작된다. 저출산으로 인해 이러한 상속 분쟁 조차도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자녀 한 명만 두고 사망하면 남은 세대는 재산을 두고 다툴 상대가 없다. 자녀가 없는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인 자체도 없다. 독신으로 살아왔고 형제도 없고, 부모도 사망하여 호적상 상속할 사람이 전혀 없는 경우다. 일본에서 생애 미혼율이 높아지면서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상속을 포기하거나 토지 상속인이 없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상속인이 아무도 없는 재산은 누구의 것일까? 일본의 민법에 따르면 소유자가 없는 부동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그러나 상속 포기 절차를 마친 부동산이 그대로 자동으로 국가로 귀속되지 않는다. 상속재산 관리제도에 의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가 재판소에 대해 상속재산 관리인의 선임을 신청한다. 선정된 상속재산 관리인은 재산을 매각하고 채무 등을 갚은 후에 환가금의 잔액을 국고에 납부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상속인이 없어 사망한 사람의 자산이 국고로 귀속된 금액은 2006년에 224억엔이었지만 2015년에는 420억엔으로 늘어났다.

만약 이해관계자가 재산관리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그 토지는 그대로 아무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버려진다. 재판소에 상속재산 관리인을 신청하려면 등기부 명의인을 비롯해 관계자 전원의 호적등본 등 필요서류를 갖추고 40만~50만엔의 비용도 납부해야 한다. 이것은 상속재산 관리인이 실시하는 관리비용으로 사용된다.

상속을 포기한 토지는 대부분 이용전망이 없고 자산가치가 낮다. 이러한 토지에 일부러 상속재산 관리인을 선정하고, 토지 매각을 시도하고, 이로 인해 비용이 비싸진다면 지자체는 신청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상속재산 관리인이 선임되어도 자산가치가 낮은 토지는 매각하기 어렵다. 지방에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용되지 않는 토지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상속으로 토지 소유자가 되었지만, 관리도 매각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는 도시로 집중되고 있고, 도시에 살면서 지방의 토지를 소유한 많은 상속인은 가치가 없는 토지의 상속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용할 수도 없고 매수자가 없는 토지가 방치되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상속자가 없거나 상속을 포기한 토지들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토지들은 이용전망이 없고 자산가치가 낮다. 토지를 기부하려고 해도 국가가 받아주지 않아 처치곤란인 격이다. [중앙포토]

상속자가 없거나 상속을 포기한 토지들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토지들은 이용전망이 없고 자산가치가 낮다. 토지를 기부하려고 해도 국가가 받아주지 않아 처치곤란인 격이다. [중앙포토]

상속받은 토지를 기부하려고 해도 지자체는 공공사업 목적 이외에 토지를 기부받지 않는다. 국가도 원칙적으로 행정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는 한 토지를 기부받지 않는다. 실제로 상속재산 관리제도에 따라 국가가 수용한 토지와 건물은 2015년도 39건밖에 없었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이제는 토지가 이용될 전망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토지관리 제도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래 소유자가 관리·유지할 수 없는 토지를 가능한 공동의 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매매·이용 방법을 알선할 수 있는 새로운 토지관리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지가 방치되어 물리적으로 황폐해지지 않고 상속 미등기로 권리관계가 복잡해지지 않도록 토지를 보전하고, 지역의 공익관점에서 새로운 수용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먼저 토지이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보전형태를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기 때문에 이용되지 않는 토지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지 수요가 감소하면 빈 땅을 재이용하는 이용촉진 대책만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본 지자체의 40%는 이미 빈집뱅크를 설치하고 재이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빈집뱅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빈 땅을 방재창고나 공원으로 사용하는 이용촉진 대책과 함께 이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보전대책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토지의 황폐화를 방지하거나 토지 주인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 및 운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 지자체는 토지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관리를 하는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토지은행(land bank)은 토지관리의 선구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토지은행은 1971년 미주리주 센트루이스시에서 교외의 스풀화와 도시 중심지의 쇠퇴문제를 배경으로 설립되었다. 토지은행은 관리가 방치된 토지와 노후건물을 적극적으로 취득하고, 매각과 리스 등 지역 니즈에 맞춰 효과적인 활용을 지원하거나 보전 활동을 하는 공적인 중개조직이다. 토지은행은 정부 주체의 비영리조직이고, 재개발에 방해가 되는 법적ㆍ경제적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미국에서 토지은행의 운영사례는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토지은행을 활용하여 이용할 전망이 없는 토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주도로 모든 새로운 구조와 제도를 만들기는 어렵다. 우선 모델 지역을 선정하고, 민간 전문가와 협력하여 시범 대책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들어오며 이용가치가 적은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해지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합뉴스]

인구감소 시대에 들어오며 이용가치가 적은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해지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합뉴스]

또한 인구감소 시대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토지관리 대책도 중요하다. 현재 이용할 전망이 없는 토지 중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지는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가 관리비용 등 재정을 지원하고, 지자체의 관리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등 법적 지원대책도 필요하다. 지역의 토지 정보를 공유화하고 관리 보전하는 전문인력도 지원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소유자가 없는 토지를 처리하는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에서 소유자가 없는 부동산은 국고로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주인이 없는 재산은 그 땅이 있는 지자체에 귀속한다. 만약 지자체가 그 소유권을 포기하면 국가에 귀속한다.

지역의 토지는 지역에서 지킨다는 의미에서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상속재산의 권리귀속과 관리책임 형태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도 인구감소시대의 과제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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