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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둘러싼 첫 공개토론회 가보니 “걷기 우선이 먼저” “역사성 복원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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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자동차가 점령한 광장의 보행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하지만 ‘월대’(月臺·조선시대 궁중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 복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광화문복합역사 설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나왔다. 또 광화문광장 재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뜯어고치지 않고, 광장 주변 신호등 추가 설치, 자가용 운행 속도 제한 등의 조치만으로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전문가 10인 3시간 ‘끝장 토론’ #300석 객석 시민·공무원들로 가득 #“보행권 확보” 공감, 구체안은 이견 #‘월대’ 복원 등 역사성 의견 엇갈려 #GTX , “대중교통 시대 연다” “반대” #“교통 환경만 바꿔도 큰 개선될 것” #박원순 “새 온라인 플랫폼 만들 것”

18일 열린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시민 토론회. 전 과정이 생중계되는 첫 공개 토론이었다.[사진 서울시]

18일 열린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시민 토론회. 전 과정이 생중계되는 첫 공개 토론이었다.[사진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제1차 시민토론회’가 18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빌딩 컨벤션홀(23층)에서 열렸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10명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3시간가량 격론을 나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토론 전체를 지켜봤다. 시민·공무원 등 300여 명으로 객석이 가득 찼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토론회의 모든 과정이 서울시의 소셜미디어인 ‘라이브서울’로 생중계됐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첫 공개 토론이었다. 토론회를 찾은 50대 시민은 “종로구 청운동 주민인데, 광화문광장이 재조성되면 교통 혼잡이 걱정이었다.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궁금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붙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란 사업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토건, 재건축 등을 떠올리게 하는 행정용어”라면서 “시민·사회·철학적 의미를 담은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시장은 토론회가 끝난 후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토론회에 참여하고) 우리가 소통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광화문 사업이 결코 쉽게 끝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일치하는 생각을 모아가야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전문가들은 역사성 복원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역사성은 시민성이란 가치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21세기 광장인 만큼 과거로 회기하기보다 미래 가치 중심으로 역사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월대 복원 등 역사성 회복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역사성과 보행성은 반대 개념이 아니다. 이번 재조성은 보행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성을 회복할 기회도 생긴 것”이라면서 “조선시대 육조거리라 불렸던 광화문광장 일대는 왕과 신하뿐만 아니라, 백성의 공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감사는 “육조거리는 왕과 사대부의 공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월대 복원을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교통 대책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밝혔다. 교통 전문가인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광장 재조성은 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계획대로 광화문광장 도로를 10차로에서 6차로로 줄이면 교통이 매우 혼잡해질텐데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GTX 광화문복합역사 설치다. 광장 일대를 ‘대중교통시대’로 바꾸는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상철 기획위원은 “서울시가 GTX를 고집하면 서울시에 큰 비용 부담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18일 열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에선 객석 300석이 가득찼다.[사진 서울시]

18일 열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에선 객석 300석이 가득찼다.[사진 서울시]

광화문광장을 전면 재조성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장은 “우선 현재 상태의 광장에서 개선 가능한 것부터 해보자. 자가용 억제 정책 등으로 교통 환경을 대중교통 위주로 바꾸는 식이다. 현재 방식에 대한 개선만으로 재구조화 당위성의 상당 부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광장을 뜯어고치기 전에 일종의 ‘시민 실험’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일시적으로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시민이 보행하게 하는 등의 실험을 통해 실제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아보는 것이다. 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조성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서울시의 ‘소통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김상철 기획위원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추진하면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보 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정 사무총장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술적·전문적 검토, 용역수행 등에 참여한 분들의 면면도 밝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세 차례 토론회를 더 갖는다. 이들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 올 12월 시민 300명이 참여하는 ‘시민 대토론회’를 두 차례 연다. 원탁토론 방식으로 진행될 이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광화문광장 재조성 방향이 나올 전망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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