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대통령, 아베에 '친서외교' 승부수 ···정상간 담판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9월 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뉴욕 파커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2015년 양국 합의로 발족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뉴욕 파커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2015년 양국 합의로 발족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방침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22~24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을 암시하면서 한ㆍ일 정상급 소통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낙연 日인터뷰서 "문 대통령이 친서 제안" #문 대통령, 아베에 친서로 회담 제안 관측 #강제징용 해법은 이견 커, "낙관은 말아야"

文, 친서로 정상급 소통 제안할듯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총리는 1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죠’라고 이야기해 ‘네, 써주십시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할지 먼저 물었고, 이 총리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의 ‘넘버 투’인 이낙연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게 되면 무게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한ㆍ일 정상급 소통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리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해결에 대해 대통령 차원의 ‘굳은 의지’를 언급한 것은 일본이 원하는 가려운 지점을 긁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아베 총리를 만나면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상식적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형식은 써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구두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단 어려워” “아직까지 간극”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

문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만나자"고 제안하면 일단 공은 아베 총리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올지에 대해선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는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 직전부터 정상급 대화를 제안해왔다. 문 대통령이 5월 9일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G20 때) 일본을 방문할 텐데 아베 총리와 회담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6월 26일에는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두 정상 간의 협의에 대해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재차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6월 17일에는 외교부 차원에서 강제징용 해법인 ‘1+1(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안’까지 제시했다. 발표 전에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사전 설명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줄곧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1+1안’은 물론 G20 한ㆍ일 정상회담도 응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한국 정부가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상회담도 없다”면서다. 결국 오사카 G20회의장에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8초 악수’를 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정부는 그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교 경로를 통해 정상회담을 타진했지만, 일본 총리 관저의 태도가 매우 강경했다고 한다. 이번 일왕 즉위식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강제징용-수출규제 돌파구 찾는 것이 관건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서도 한ㆍ일 외교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ㆍ일 국장급 협의가 서울에서 열렸던 16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한ㆍ일 간에)간극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했던)1+1안이 유일한 안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뒀다.

관련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강제징용) 해결책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계속 타진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1+1’을 넘어서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쉽지는 않지만 서로 대화하는 모멘텀을 계속 찾아가는 것은 필요하다”며 “이번 이 총리 방일에서 한국 정부가 징용문제ㆍ수출규제ㆍ지소미아를 연결시켜 함께 풀어보자고 제안하고, 일본에서 긍정적인 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진전이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