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얼마나 많은 경제 행보가 있을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책들을 꼼꼼하게 챙겨갈 것이다.”
임기 중반 '정치적 위기' 청와대 #다양한 인물 장관 하마평 속 #윤석열 총장 사퇴론엔 선 그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튿날인 15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간 수세적 입장이던 청와대는 이른바 ‘조국 국면’이 60여일 만에 일단락됐다고 보고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경제 행보 강화는 그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삼성 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은 지 일주일도 안 돼 이날 현대차 연구소를 찾았다.
하지만, 국면 전환의 핵심은 인선이고 이른바 '검찰 개혁'의 마무리다. 당장 조 전 장관의 후임 인선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날짜가 지난달 9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후보자이던 조 전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당시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조국 임명’을 알리기 위해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났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뒤 강 수석이 향한 곳은 전해철 의원실. 정무수석이 별다른 당직도 없는 의원의 방을 따로 찾아가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 의원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내 검찰 개혁 이슈에 밝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문 대통령은 임명 직전까지도 조 전 장관의 임명 철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그 경우 전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 전 장관을 택했고, 강 수석이 저간의 사정을 전 의원에게 직접 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수장에 앉혔지만, 청와대와 여권 핵심 사이에선 꽤 오래전부터 조 전 장관의 거취를 놓고 고민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작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전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변에 따르면 적잖은 기간 출마와 입각을 놓고 고민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 법무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박지원 의원 등이 실명을 거론하자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셈이다.
전 의원 외에 급격히 부상한 인물이 2017년 신고리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61ㆍ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된 그는 개혁적 색채가 짙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진보 성향의 학자이자 참여연대 공동 대표로 검찰 개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과 청와대 내부로부터 호평을 받는 김외숙 인사수석이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장관이 사퇴한 지 만 하루도 안 됐다. 고민 중”이라고만 했다.
인선의 또 다른 한 축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와 관련해선 여당과 청와대의 시각이 엇갈린다. 여당에선 “사표를 내지 않겠나”(친문 핵심)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 입장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윤 총장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만 증폭시킨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총장이 그만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하등 도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밝힌 이달 초 밝힌 3개 검찰청 제외 특수부 폐지, 외부기관 파견 검사 복귀 등의 자체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흡족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법조 관련 인선 문제가 단기 과제라면, 중·장기적으로는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게 만만찮은 과제다. 60여일을 끌어간 ‘조국 국면’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집권 2년 반 만에 찾아온 가장 큰 정치적 위기다. 이전까지는 북·미, 남북 관계의 ‘훈풍’ 속에 이렇다 할 정치적 위기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중도층의 외면으로 최고 80%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은 최근 40%대 초반을 겨우 유지하는 상태다. 문 대통령 스스로 “송구스럽다”고 두 차례 말했을 정도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당·청 관계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국민이 지지를 견인할 때는 당에서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가게 마련이었지만, 지금은 청와대에만 집중하다 보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의 전략 지역이자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최근 민심 이반이 큰 것으로 조사되는 부산·경남에서부터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