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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가치 30% 깎고봐야” “대기업 인수 색안경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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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행사에서 김봉진 의장(왼쪽)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가운데)이 대담을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행사에서 김봉진 의장(왼쪽)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가운데)이 대담을 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스타트업은 현재 가치보다 30%를 깎고 보는 게 적정가치 평가(밸류에이션)라고 생각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대담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새 일 벌이니 규제 부닥치는 것 #규칙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집단 소송제 도입해서라도 #정부 규제 없애는 역발상 필요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우아한 형제들 대표)은 15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에서 이런 ‘도발적인’ 말을 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처럼 스타트업 창업붐이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대담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한 가운데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간 벤처투자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 게 있다”며 “스타트업이 1조원, 2조원이라 할 때 상장기업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평가된 측면이 있어서 조정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도 같은 질문에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버블이라고 보지 않지만, 조정기가 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젊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다 잘될 것이라 생각하고 거품도 거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그런 확증편향(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의 변화 속도를 사회가 따라오지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장 위원장은 스타트업에 한해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냉정하게 말하면 미국에선 기업이 잘못하면 한 방에 날아가니까 자율 규제를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정부가 규제를 만드는 상황”이라며 “발상을 전환해 스타트업에 한해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대신 규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가 하도 없어지지 않으니, 집단 소송제를 도입해서라도 규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규제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하는 방법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만큼 한국 창업자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있는 덕분”이라며 “섣부른 해결책보다는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를 극단적으로 몰아 가지 말고 서로 얘기하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간 스타트업계에서 일하면서 ‘도울 일이 없을까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대기업과 정부가 스타트업을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 즉 ‘갑을관계’라 보면 건강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은 제값을 주고 사주는 것,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라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직접 투자를 하든 뭘 하든 대기업이 스타트업 혁신과 함께 하는 것을 배워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걸림돌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이라며 “결국 글로벌 경쟁을 위해선 가성비 있게 혁신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3주년을 맞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1100여 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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