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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誌 "한국사회, 기생충·스카이캐슬처럼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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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는 부유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피라미드 모형을 사주며, 한국의 사회 구조를 상기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일부 한국인은 이 장면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차마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조국 사태'가 낳은 '족벌주의'로 청년들 좌절 #"사회계층 이동 불가능" 청년 6년새 2배 늘어 #구직 단념자 포함하면 한국 청년 실업률 25%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사회' 잘 안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발간한 최신호(10월 12일자)에 게재된 ‘한국의 특권…하나의 국가, 두 개의 시스템(One country, two systems)’ 기사에서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표현했다. 잡지는 한국의 학벌 만능주의와 자녀의 입시를 위해 부모의 재력·인맥이 동원되는 세태를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빗대 설명했다. 기생충에서 배우 최우식이 동생이 위조한 대학 졸업장을 들고 부잣집 과외 교사가 되려고 하지만 결국 채용을 결정지는 것은 명문대를 다니는 친구의 소개였다며 “시험에 통과하지 않아도, 인맥을 잘 활용하면 된다”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꼬집었다. 이 잡지는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 이 영화의 흥행이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달간 조국 법무부 장관의 ‘족벌주의(nepotism) 스캔들’에 많은 한국인이 분노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당선됐을 때 전임 행정부를 겨냥해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과 대치되는 현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가 문 대통령이 2년 전 약속한 ‘실력주의(meritocracy)’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국 청년의 좌절감은 커졌다고 잡지는 전했다. 현재 30세 이하 한국인의 3분의 2는 “사회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6년 전보다 두 배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자녀의 사회 계층이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위치한 상위 대학에서 학자금 지원을 받는 비율은 전체 대학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상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대부분이 부유한 집안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존재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학벌주의가 심한 이유를 ‘노동 시장의 경직성’에서 찾았다. 기업이 한 번 고용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저숙련자 채용을 꺼리고, 결국 청년들이 능력을 학위로밖에 증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잡지는 “한국의 공식 청년 실업률은 10.4%지만,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25%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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