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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경심 수사’ 동양대 애꿎은 학생들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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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이번 학기 동양대학교는 당초 계획에 없던 강사 한명을 급히 교양강좌에 배치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교양학부 교수 때문이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달 초순 수강신청 마감을 앞두고 정 교수는 수업(2개 과목)을 할 수 없다고 학교에 알렸다. 검찰의 동양대에 대한 압수 수색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고, 정 교수의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한창일 때다. 갑작스러운 폐강으로 난감해진 학생들이 생겼다. 수강신청 막바지여서 미쳐 폐강 소식을 듣지 못한 학생이 수십 명이었다.

이들 학생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혹시 정 교수 수업 신청한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학교 측에서 어떻게 해주나요?”라는 글을 올리며 혼란스러워했다. 학교 측이 정 교수를 대신한 강사를 폐강 통보 수업에 배치한 배경이다. 한 교직원은 “2개 수업 중 1개 수업은 강사를 들여 학생들의 수업권을 정상적으로 보장했지만, 나머지 1개 수업은 결국 폐강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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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의 크고 작은 ‘표창장 앓이’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검찰 압수 수색과 취재 경쟁, 각종 청문회 자료 제출…. 애초엔 수업 분위기 방해 정도로 학교의 ‘표창장 앓이’가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학교 안팎에 나돌던 흉흉한 소문까지 현실이 되고 있다. “학교에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들어올 거다”라는 소문 말이다.

지난 2일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직원들이 동양대를 찾았다. 1994년부터 최근까지 25년간의 이사회 회의록과 최성해(66) 총장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 ‘압박’ 이 아니라는 교육부 측이 밝힌 조사 이유는 “최 총장의 허위 학력 문제의 진위 파악, 그리고 이에 대해 이사들이 알고 있었는지를 살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학교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교직원은 “표창장 논란 후 학교가 다칠 수 있다고 예상한 교직원들이 많았다. 그게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불안하고,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했다.

학교로선 최 총장의 학력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미지 추락에 따른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대는 현재 내년도 수시 신입생 전형을 진행 중이다. 수시는 6곳을 지원할 수 있다. 학교 이미지가 나빠지면 수시 지원자들이 동양대에 최종 합격하더라도 다른 대학으로 갈 수 있다.

한 대학 교직원은 “동양대는 경북 영주에 있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 학교 이미지까지 나빠지면 학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동양대의 표창장 앓이는 학생들이 잘못해서 생긴 게 아니다. 미래의 취업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조국 사태’로 피해를 봐선 안 된다. 동양대는 학생 교육과 학내 분위기 안정에 더 힘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동양대가 교육부의 ‘압박’이나 정치권의 ‘공격’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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