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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살인방조 찍혔는데…5살 아들 친모, 구속 피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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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의붓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살 의붓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5살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남편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살인방조 및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를 받는 친모 A(24)씨의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A씨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전부터 26일 오후까지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남편 B(26)씨가 아들 C(5)군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B씨를 구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집안에 CCTV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부부 자택에 설치된 CCTV 3대에는 8월 28일부터 C군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6일까지 약 한 달치 분량의 영상이 찍혔다. 경찰에 따르면 영상에는 B씨의 범행 장면 뿐만 아니라B씨에게폭행 당한 아들 C군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A씨의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아들이 손발까지 묶인 채 안방에 쓰러져 있는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TV나 휴대폰을 보고 남편과 함께 식사를 했다. 또 아들이 감금된 지 72시간 만에 거실로 나왔을 때나 남편이 일을 나가 이틀간 집을 비운 상태에서도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남편이 다른 아들 2명도 죽이겠다고 협박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손발이 묶여 있는 아들에게 이온 음료와 함께 죽 같은 음식을 조금 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군 부검 결과 사망 전 음식물을 제대로 먹지 못해 위 안에 남은 내용물이 거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영상 분석 결과 A씨의 살인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A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살인 방조의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범행 현장인 집 안 CCTV에 A씨의 방임 행위가 모두 찍혔는데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아 법조계 안팎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머릿속 생각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성도 마찬가지이지만 살인 방조의 고의성도 여러 정황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친모가 폭행 당한 아들을 보고도 평소처럼 생활하는 모습이 CCTV에 모두 찍혔는데도 고의성이 불명확하다는 검찰 판단은 다소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유사한 살인 방조 사건의 과거 판례를 분석하는 한편 현재 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인 A씨를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현재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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