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올 성장 1%대” 해외 IB 줄줄이 낮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 1일 수출 컨테이너들이 모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 올해 9월 수출이 전년 대비 11.7% 감소하는 등 한국의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수출 컨테이너들이 모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 올해 9월 수출이 전년 대비 11.7% 감소하는 등 한국의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9개 해외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결국 1%대까지 떨어졌다.

9곳 전망치 평균 1.9%로 떨어져 #금융위기 뒤 첫 2% 깨질 우려에도 #정부 “30-50 국가 중엔 높다” 낙관 #IMF 총재 “한국 재정 더 풀어라”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2.6%였지만, 2.3%(5월 말)→2.2%(6월 말)→2.1%(7월 말)→2.0%(8월 말)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은 특정 시점이 돼야 전망치를 수정하지만, 해외 IB들은 그때그때 경제 흐름에 맞춰 전망치를 바꾸기 때문에 경제 상황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한국의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출마저 쪼그라드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크레디트스위스가 기존 2.2%에서 1.8%로 가장 많이(0.4%포인트) 내렸고, HSBC도 기존 2.3%에서 2%로 0.3%포인트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2.1%에서 1.9%, BoA-메릴린치는 1.9%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HSBC를 제외한 8곳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점점 벌어지는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점점 벌어지는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들과 별도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1.8%)·한국경제연구원(1.9%) 등 다른 국내외 전망기관의 눈높이도 1%대로 낮아지면서 한국의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2%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순환변동치·설비투자·산업생산·세전수익률 등 다수의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등 한국 경제가 불경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지표는 차고 넘친다”며 “저성장·저물가의 고착화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2.4~2.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일부 연구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2%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정부·여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면서 요즘 이른바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와 비교한 성장률은 최상위권이라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0-50클럽에 속한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로 이미 성숙 경제에 접어든 G7 선진국이다. 한창 더 성장해야 할 한국 경제를 이들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한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1992년 이후 외환위기(1998년) 때를 빼놓고는 늘 이들의 성장률을 앞서왔다. 딱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란 뜻이다. 되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0.82%포인트(OECD 기준) 낮게 성장하는 등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출 수 있는 통계를 앞세우다 보니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과는 것과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왔으면 인정하고 반성해야 정책이 개선되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게오르기에바. [AFP=연합뉴스]

게오르기에바. [AFP=연합뉴스]

◆IMF 새 총재, 첫 연설서 한국에 훈수=한편 이달 취임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첫 공개 연설에서 한국을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로 지목하며 위기 방어를 위한 지출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올해 전 세계 국가의 90%가 경기둔화를 경험하고, 세계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힌 그는 한국과 독일·네덜란드를 지목하며 “사회기반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수요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