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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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미국 중-고등학교 교장협의회의 스코트 톰슨 회장은 중-고등학생들의 학습여건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미국이나 서독 등 교육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발표하여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 마약, 환경, GNP대비 교육투자율, 가정의 교육열등으로 분류하여 평가한 이 논문은 한국이 A마이너스인데 비해 서독이 B플러스, 미국은 C플러스였다.
하긴 청소년의 마약복용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사회의 눈으로 볼 때 학교성적과 입시에 시달리며 공부에 매달리는 한국청소년들의 모습이 부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교육열만큼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교육비도 엄청나다. 대부분「사교육비」다.
사교육비란 문교예산에 반영된 공교육 비 이외에 학부모들이 주머니를 끌러 내어 교육에 직접 지출하는 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85년에 조사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총 공 교육비는 4조6천5백99억 원이었다. 이에 비해 과외교습을 포함한 사교육비는 총 4조6천9백60억 원이었다.
따라서 공·사교육비를 합한 총 교육비는 9조3천5백만 억 원으로 국민총생산의 13·1%,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는 무려 6조8천1백29억 원으로 총 교육비의 72·8%를 차지했다. 말하자면 전체 교육비의 4분의3이 학부모와 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더구나 금년 들어 과외를 허용하고부터 이 사교육비는 더욱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게 틀림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GNP대비 공 교육비는 3·34%인데 비해 미국은 6·8%, 일본은 5·7%, 영국과 대만은 5·2%, 서독은 4·7%다. 그런데도 A학점을 받고 있다는 게 어딘가 쑥스러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하는 것은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정말 A학점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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