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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우물안 개구리 안돼야…해외로 나가 다양한 경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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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 15층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모랄레스 CSUSB 총장. [사진 서울사이버대학ㆍCSUSB 제공]

2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 15층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모랄레스 CSUSB 총장. [사진 서울사이버대학ㆍCSUSB 제공]

한국에서는 영어ㆍ학업 등의 이유로 해마다 수만 명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시대가 변해 유학 루트가 다양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1순위로 꼽는 곳은 미국이다. 하지만 이제 미국 대학생들도 모국어인 영어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미국 학생들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토마스 모랄레스(66) 캘리포니아 주립대(샌버나디노, CSUSB) 총장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CSUSB) 모랄레스 총장 인터뷰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회의실에서 만난 모랄레스 총장은 이에 대해 “미국 학생들도 해외로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학 입시 문제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비교과 활동(Co-Curricular Activities)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 특성상 입학 당시 대학이 지원자 서류에 적힌 모든 활동을 하나하나 검증하기는 힘들지만 추후 따로 이 서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대학 입시는 정량 평가 외에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혹시 입시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진 않는지
미국 대학,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은 비교과 활동을 중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올해 초 미국에서 크게 논란이 된 ‘대형 입시 비리 스캔들’로 이런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위기의 주부’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인들과 재력가들이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고 있지도 않은 운동부 경력을 위조해 ‘훌륭한 선수’로 만들기도 했다. (봉사활동ㆍ운동ㆍAP는 미국 대입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비교과 활동이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 지역에서 오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얼마 전 외부 기관에 의뢰해서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총 23개 캠퍼스가 있는데, 때때로 본부에서 감사를 나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입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과 신뢰도 문제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다른 많은 대학들도 이런 식의 감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대학들 중에는 유학생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곳이 많다. ‘글로벌 캠퍼스’의 일환으로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받았는데 그들의 수준 미달ㆍ불법 체류 문제가 계속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미국 대학들도 유학생들을 일명 ‘돈줄’로 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걸로 아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일단 우리 학교는 주립대라서 주 정부의 예산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유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 수의 5~10%로 제한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학습할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을 돈 때문에 받거나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신 입학하는 유학생들을 한 명 한 명을 케어하려고 한다. 유학생들을 담당하는 부처가 따로 있고, 리포트 등 글쓰기 과제를 도와주는 센터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교수에게 과제를 제출하기 전 센터에서 영어 글쓰기를 교정받을 수 있다. 이 외에 향수병 등을 케어하는 상담 센터도 운영 중이다. 한국인 유학생은 100명 정도 있다.  
CSUSB 캠퍼스 모습 [사진 CSUSB 페이스북]

CSUSB 캠퍼스 모습 [사진 CSUSB 페이스북]

그렇다면 CSUSB의 글로벌화 전략은 무엇인가  
사실 외국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해 학교를 글로벌화하는 것보다 우리 학생들을 더 많이 내보내서 경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미국 학생들이 오히려 우물안 개구리가 돼 간다. 학생 개인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우리 학교 학생들을 외국에 내보내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학부 때 단국대로 교환학생을 왔던 우리 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찾아서 단국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는 무엇이 있나
아무래도 인구수 감소로 학생들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게 큰 이슈다. 특히 동부 쪽은 현재 고등학교 재학생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 작은 대학교들은 문을 닫을 정도다. 그에 비해 서부 쪽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동부만큼 심각하진 않다.  
'미국판 SKY 캐슬'로 불리는 '대학입시 비리 스캔들’'. 법원을 나서는 펠리시티 허프먼(오른쪽). [EPA=연합뉴스]

'미국판 SKY 캐슬'로 불리는 '대학입시 비리 스캔들’'. 법원을 나서는 펠리시티 허프먼(오른쪽). [EPA=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등과 관련해 어떤 창업ㆍ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경영대학 안에 창업지원센터(Entrepreneurship center)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성ㆍ이민자 등 맞춤 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러 나라 학생들이 와서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내면 실제로 지역에 있는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와서 보고 좋은 아이디어를 사 가기도 한다.

서울사이버대학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모랄레스 총장은 체류하는 동안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서울시립대ㆍ충남대 등의 총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CSUSB 관계자는 “자매 결연을 맺었던 학교들과 교류를 활발히 해 우리 학생들을 한국에 더 많이 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총장은 이날 한국 신일문화재단 이사회가 후원하고 CSUSB 음악대학 학생들이 준비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모랄레스 총장은 “열정과 재능의 협업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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