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끝내기 홈런, 키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중앙일보

입력

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는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연합뉴스]

6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는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연합뉴스]

한 번의 스윙이면 충분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9회 말 터진 박병호(33)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1차전에서 승리했다.

9회 말 박병호 결승 포, LG에 1-0 승리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준PO 1차전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키움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LG 선발 타일러 윌슨의 호투 속에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브리검은 6회까지 무안타를 이어가다 7회 대타 박용택에게 첫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구원투수 조상우가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도움 덕분에 6과 3분의 2이닝 2안타 무실점했다. 윌슨은 주자를 여러 차례 내보냈지만 고비마다 땅볼을 유도해 8이닝 8피안타 무실점했다.

0-0으로 맞선 9회 말 키움의 공격. LG는 마운드에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동점이지만 중심타선으로 시작되는 키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우석은 공 1개만 던지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자신의 주 무기인 시속 153㎞짜리 '돌직구'를 뿌렸으나 박병호에게 끝내기 포를 얻어맞았다.

끝내기 홈런을 친 박병호와 환호하는 키움 선수들. [연합뉴스]

끝내기 홈런을 친 박병호와 환호하는 키움 선수들. [연합뉴스]

박병호는 특유의 뒤로 눕는 듯한 스윙을 한 뒤, 홈런을 직감한 듯 천천히 1루 베이스로 걸었다. 타구가 펜스 뒤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환호와 함께 힘차게 베이스를 돌았다. 더그아웃에 있던 히어로즈 선수들은 일제히 홈플레이트로 뛰쳐나왔다. 1-0. 정규시즌 홈런왕(33개)에 오른 박병호의 2019년 34번째 홈런이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 야구 첫 승을 만들어냈다.

박병호는 최근 2년간 윌슨을 상대로 타율 0.058(18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장정석 키움 감독은 경기 전 "박병호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전날 가볍게 연습을 했는데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병호가 잘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장 감독은 "박병호가 너무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병호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보여준 희생정신 때문이었다.

박병호는 올 시즌 내내 고전했다. 공인구 비거리가 줄어들면서 홈런 수가 줄어들어 부담감이 심했다. 더 큰 건 부상이었다. 손목 통증 때문에 시즌 내내 훈련량을 조절하고, 치료를 병행했다. 시즌 막판에도 통증이 심해져 주사 치료를 받았다. 장정석 감독은 "프로야구 최초 6년 연속 100타점에 2개가 남아 있었다. 감독 입장에선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병호가 스스로 경기를 뛰지 않고 주사 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적인 윌슨 상대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박병호는 경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박병호는 경기 뒤 "고우석의 직구를 노렸다. 출루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강한 스윙을 해서 홈런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마지막에 손목이 안 좋아서 부산 경기가 끝나고 바로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경기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병호는 "브리검이 호투를 해줘 분위기가 꺾이지 않았다. 단기전이라 안타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한 게 사실이지만 좋은 타구가 나와서 내일부터는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헬멧을 집어던지고 만세를 부르며 홈을 밟은 박병호는 "끝내기 홈런을 오랜만에 쳐서 그런가 보다"고 웃으며 "뛰면서도 긴장했다. 단기전에서는 세리머니도 중요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2차전은 7일 오후 6시 30분 고척돔에서 열린다. 2차전 선발로 키움은 우완 에릭 요키시, LG는 좌완 차우찬을 예고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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