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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우크라 스캔들'은 워터게이트보다 훨씬 심각"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 기지에서 열린 마크 밀리 신임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 기지에서 열린 마크 밀리 신임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정적'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워터게이트' 스캔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라는 주장이 트럼프 측근으로부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전 고문, 트럼프 비난 #"닉슨은 외국 세력 도움 구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도우며 고문으로 활동했던 J.W. 버렛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비유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닉슨 전 대통령은 선거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이유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외국 세력의 도움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탄핵 표결 추진에 대해서도 버렛 교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만으로도 탄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새로 드러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훨씬 더 심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버렛 교수는 "탄핵 추진 동력은 충분하다"라고 부연했다.

버렛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과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분석도 내놨다. 러시아 스캔들 역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뮬러 특별 검사가 사안을 수사했지만, 지난 3월 공모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며 일단락됐다.

버렛 교수는 "두 사건은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를 위해 노골적으로 외국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라며 "사실상 똑같은 각본"이라고 비판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4년 4월 29일 전국에 방송된 연설을 통해 백악관의 녹음테이프 녹취록을 하원의 탄핵 수사관들에게 넘겨주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74년 4월 29일 전국에 방송된 연설을 통해 백악관의 녹음테이프 녹취록을 하원의 탄핵 수사관들에게 넘겨주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두고 미 정치권에서는 과거 닉슨 전 대통령이 초래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백악관 참모들이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반대 진영인 민주당의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을 말한다. 닉슨 전 대통령은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지만, 녹취록이 편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1974년 스스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 변호사들이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을 통상적 시스템이 아닌 별도 시스템에 저장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나타난 닉슨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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