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를 외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중이던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단식 16일째인 30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이 의원이 단식농성을 벌이던 천막 옆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의원에게 병원행을 강권했다. 이 의원 측은 “혈당이 너무 낮아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일 뿐 단식을 접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송 전 이 의원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쓰러지지 않으려는 듯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청와대 쪽에서도 연락 온 것이 있냐고 묻자 그는 “한 명도 안 왔다. 이런 것에 반응할 정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섭섭함은 전혀 없다”고 했다.
- 단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경제 살려라, 민생 살리라고 하는 요구보다 조국 사퇴시키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이상으로 이 사안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분노하고 있다. 강력한 투쟁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고, 내가 3선 의원이나 됐는데 이런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촛불 집회가 열렸는데 어떻게 봤나
- (진보 진영 쪽에서) 위기감을 느껴 운집한 것으로 본다. 검찰개혁이라는 피켓은 들었지만, 그쪽에서 말하는 게 검찰 개혁이냐.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는 없어졌다.
-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조국 장관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당내에서 자성이나 내부 비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청와대에서도 민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뜻과 반대로 가고 있다. 단식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더 선명해진다. 더 세게, 강하게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 배고픔도 잊게 된다.
- 한국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청와대와 여당이 조국 사태처럼 막 나간 것은 한국당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를 못 받아 우리가 너무 약해지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 앞으로 한국당은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반사 이익만으론 절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서구와 달리 우리 정치에서 정치인 단식은 드문 일이 아니다. 권위주의 통치에 맞선 투쟁 방식이었는데 지금도 종종 사용된다. 2014년 문재인 대통령도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주장하며 10일간 단식을 한 일이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