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 4명 중 3명 '혼외출생자' 용어 폐기 찬성

중앙일보

입력

아기가 어른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아기가 어른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국민 4명 중 3명은 ‘혼외출생자’라는 법적 용어를 없애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나 다문화, 비혼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젊은 층에서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8월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전국 19~7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했다.

여가부 1500명 대상 국민 여론조사 실시 #'부모 협의로 아이 성 정해야' 70% 찬성 #사실혼 등 가족 범위 확장엔 60% 공감 #'다양한 가족' 지원책 필요성 다수 동의

조사 결과 현행 민법에서 부모 혼인 여부에 따라 ‘혼인 중의 출생자’ ‘혼인 외의 출생자’로 구분 짓는 걸 폐기해야 한다는 데 75.6%가 찬성했다. 여성 찬성 비율이 78.4%로 남성(72.9%)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의 83.6%가 찬성했지만 70대는 56.3%로 가장 낮았다.

부모 협의로 자녀 성과 본 정하자는 의견 동의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부모 협의로 자녀 성과 본 정하자는 의견 동의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현재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태어난 아이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아버지를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서 성과 본을 한쪽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70.4%가 찬성했다. 여성(77.6%)의 찬성 비율이 남성(63.4%)보다 크게 높았다. 또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찬성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이었다.

가족의 법적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현재는 혼인ㆍ혈연관계만 가족으로 정의하지만 앞으로 가족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데 10명 중 6명(60.1%)이 공감했다. 다만 70대 응답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 48.9%만 이러한 변화에 찬성했다.

그러면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혼인ㆍ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67.5%가 동의했다. 20대와 30대, 40대 순으로 공감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함께 거주하지 않고 생계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라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38.2%만 공감했다. 상대적으로 같이 살고 같이 생계를 꾸려가야 가족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가족의 사회적 수용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다양한 가족의 사회적 수용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가족 형태에 따라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차이가 났다. 국제결혼(92.5%)과 이혼ㆍ재혼(87.4%), 비혼 독신(80.9%)은 절대다수가 수용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혼부ㆍ모(44.5%)나 미성년이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25.4%)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부정적 비율이 훨씬 높았다. 다만 젊은층에선 이들 가족도 사회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편이었다.

이미 한국 사회엔 한부모 가족과 미혼부ㆍ모, 1인 가구, 사실혼ㆍ비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상당수는 경제적, 심적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다양한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이 따로 필요하다는 응답은 국민 사이에서 대체로 높았다. 한부모 가족 지원에 동의하는 비율은 94.1%에 달했다. 찬성 비율이 다소 낮았지만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 형태에 대한 차별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3명 중 2명(66%)이었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여부 조사 결과. [자료 여성가족부]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는 올해부터 매년 한 번씩 이뤄질 계획이다. 정기적으로 국민 인식 변화 등을 파악하자는 취지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법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대적 변화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