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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 대량해고는 부당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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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초 촬영된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모습. [중앙포토]

사진은 지난해 초 촬영된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모습. [중앙포토]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경비원을 대량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 입주자회의는 그동안 직접 고용해 온 경비원 약 100명에게 “위탁관리로 방식을 바꾸겠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이 ‘업무 외 부당한 지시·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에 따라 주차대행 등을 시킬 수 없게 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들의 비용상 부담이 증가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경비원들은 해고에 동의하고 사직했고 위탁관리 용역업체는 고용을 승계했다. 그러나 경비반장 A씨가 구제 신청을 했다. 이 해고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적법하다고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에서 부당해고로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대표기구일 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기 때문에, 긴급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때 일반 기업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입주자회의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들의 금전적 부담이 증가했고, 경비원들과 임금을 둘러싼 민·형사소송이 벌어지는 등 노사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아파트 경비업무를 자치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기업과는 다른 아파트 입주자회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런 사정이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인정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입주자의 의사를 모아 관리방식을 위탁관리로 바꾸는 것이 절차적·실질적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아파트 관리의 특성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입주자회의가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재정상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재정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비업무 외에 시설·전기 등 기타 관리업무를 맡은 근로자 40여 명은 여전히 직접 고용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서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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