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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이 83억원 다 날렸다…우리은행 DLF 100% 손실 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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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원금 전액 손실 우려가 현실화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했던 한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2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26일 만기인 DLF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가 투자원금에 대해 100% 손실로 처리됐다.

넉달 만에 우려가 결국 현실로 #만기돼 1억에 190만원만 정산 #하나은행 DLF는 손실률 46.1% #투자 상한제 등 재발방지책 발표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3%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0.6%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100% 잃는 구조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들어 한때 -0.45%까지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펀드 수익률 평가기준일인 24일 금리가 -0.619%까지 떨어지면서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다만 만기까지 펀드를 유지하면 1.4%의 쿠폰금리를 제공하고, 관리비용 중 일부(0.5%)를 정산해줌에 따라 투자자들은 원금의 1.9%에 해당하는 금액은 돌려 받는다. 올 5월 판매된 이 상품엔 총 48명이 83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 83억원이 넉달 만에 1억577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앞서 지난 19일 첫 만기를 맞았던 우리은행 DLF 가입자들인 -6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엔 주요국 채권금리가 잠깐 반등세를 보여 손실폭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다시 금리가 떨어지면서 독일 국채 연계 상품 중 대부분이 원금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가게 됐다.

한편 하나은행은 25일 해외채권금리 연계 DLF의 첫 만기가 도래했다.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된 ‘메리츠금리연계AC형리자드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37호(DLS-파생형)’로 손실률 46.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원금 절반가량을 잃었으나 쿠폰금리로 원금의 3.3%, 운용보수 정산으로 0.36%를 돌려받았다.

이처럼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해당 은행들은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초고위험 상품의 투자비율을 고객 예금자산의 일정 수준 이내로 하는 투자한도를 두기로 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 채권금리 연동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24일 “DLF 사태와 관련해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고객 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아울러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은행의 정책, 제도, 프로세스를 성과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고위험 투자상품에 예금자산 대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확한 한도는 논의 중이지만, 위험등급 1등급의 상품은 예금자산의 10%, 1~2등급 상품을 합쳐서는 30%까지로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초고위험상품에 자산을 ‘몰빵’하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손님 투자 분석센터’도 본점에 신설해 고객의 객관적인 투자성향 분석을 위해 PB고객 투자도 본점의 승인단계를 거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지난 23일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에서 평가제도 개선, 고객 투자상품 모니터링 조직 신설 등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성과보상체계와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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