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가장 중요해요. 호치민 1군 보고 ‘베트남 잘 사네’ 하면 오산입니다. 평균적인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트렌디하지 않습니다. 옷을 팔아보면 압니다. 팔리는 옷과 예쁜 옷이 다르다는 걸 말이죠."
베트남 현지 시장을 공략한 비결을 묻는 말에 이정민 패션스타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2005년 혈혈단신 베트남으로 건너가 ‘베트남의 이랜드’로 불리는 패션스타를 일군 한국인 기업가입니다. 베트남 전역에 65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5년 베트남으로 이주한 이정민 대표는 '베트남의 이랜드' 패션스타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제품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베트남의 중산층은 한국의 중산층과 다르다”고 일갈했습니다. 그가 베트남 현지에서부터 날아와 <폴인스터디 : 지금, 베트남이다> 강연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서죠.
- 베트남의 중산층은 한국의 중산층과 어떻게 다른가요?
- 베트남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인들의 소득 수준 역시 높아졌지만, 아직 한국처럼 중산층이 많지 않아요. 베트남에도 부자는 있죠. 하지만 소수일 뿐 아니라 이들은 베트남에서 쇼핑하지 않아요. 태국이나 홍콩에 가서 명품을 사요. 라임오렌지를 사는 베트남의 평범한 주력 소비자는 여전히 가격에 민감합니다.
- 품질과 가격 중 가격인가요?
- 상대적으로 고품질 고가의 제품도 팔립니다. 다만 소수에서 팔릴 뿐이죠. 하지만 규모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중을 공략해야겠죠.
- 아직 소비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 베트남 내수 시장은 공략할 가치가 있습니다.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가까워요. 연평균 6% 성장을 하고 있고요. 여전히 많은 분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진출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스타의 대표 브랜드는 영캐주얼브랜드인 라임오렌지입니다. 이 대표는 베트남 최대 의류 도매시장인 안동시장에서 2년 넘게 점포를 운영한 경험을 기반으로 2008년 라임오렌지를 론칭했죠. 그 후 100만장 이상 팔리며 ‘베트남 국민 후디’란 별명을 얻은 '아이러브후디'를 론칭하며 시장에 자리 잡았습니다.

라임오렌지 호치민 매장. 2019년 4월 오픈 당시 모습이다. 매장 오픈 전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 라임오렌지의 성공 비결은 뭔가요?
- 사실 1년가량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고 실패하다 라임오렌지를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은 다르다는 걸 배웠죠. 소매상은 여러 도매상에서 물건을 사기 때문에, 도매상은 특색 있는 제품을 반 발 먼저 선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인이 하는 한국 의류상’이라는 포지셔닝이 유효했죠. 그런데 소매시장에 나오자 전혀 달랐어요. 한국 패션을 현지화하는 게 필요했어요. ‘한국 패션은 이런 거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선 안 되죠.
- 어떻게 현지화했나요?
- 국민 후디로 불리는 에어후디는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제품입니다. 베트남은 더운 나라입니다. 해도 뜨겁고요. 그래서인지, 그런데도 인지 베트남 사람들은 미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들 오토바이를 탈 때 긴 팔 아우터에 모자, 선글라스 같은 걸 써서 온몸을 가리는 건 그래서입니다. 라임오렌지후디는 한 벌로 모자에서 손까지 다 가릴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외선 차단이 되고 땀이 금방 마르는 소재를 썼고요.

베트남 곳곳에선 이렇게 오토바이를 세워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베트남이 곧 그의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쟁이에게 쫓기며 10대를 보냈던 이 대표는 일찌감치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마저 대기업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자신은 “한국에서 성공의 기회를 잡기는커녕 가난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는 겁니다. 베트남을 선택한 건 어떻게 보면 충동적이었습니다.
2005년 베트남 여행을 왔는데, 너무 편안했어요. 한국에선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전혀 다른 세상이었죠. 귀국 한 달 만에 300만원을 들고 베트남으로 완전히 이주했습니다.
<폴인스터디 : 지금, 베트남이다>에 이 대표를 소개한 벤처캐피탈리스트(VC) 홍상민 넥스트트랜스 대표는 “한국이란 선진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베트남에서 이식하거나 반복하겠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며 “베트남의 시선에서 베트남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그랬듯 베트남에서도 바닥에서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후진국이라고 베트남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이정민 대표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자만심’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지화가 정말 중요해요. 국내 기업의 대표적 실수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에요. 한국에선 먹혔으니까요.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자랑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베트남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그간 적잖은 대기업이 이 대표에게 '베트남 진출 노하우' 강연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우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강연을 고사해왔죠.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더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베트남 진출 기업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패션스타의 체급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15년간 베트남에서 사업해온 이 대표의 더 많은 베트남 공략 노하우는 10월 1일 시작하는 폴인 시장분석 스터디 ‘지금, 베트남이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