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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전 세계 가장 신뢰받는 직업 비결은 '덕업일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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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성공한 덕후’, 줄여서 ‘성덕’이라 부른다.

얼마 전 지식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만난 한 과학자가 자신을 ‘성덕’이라고 소개했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 교수의 이야기다. “과학자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덕업일치한 삶이에요.”라는 게 그의 설명.

김 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태양계 천체를 하나씩 종이에 직접 그리고 공전주기, 생김새, 크기 등을 적어놓은 자신만의 학습 카드를 만들고 반복해서 외웠다. 그로부터 약 40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과학 하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새로운 연구를 하다가 연구하던 문제가 '해결됐구나'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런 깨달음의 순간들이 정말 짜릿해요. 전에 궁금했던 것들의 이유를 알아갈 때 정말 즐겁죠.

그는 작은 호기심도 놓치지 않고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는 습성이 있다. 한국인의 성씨 분포, 주식투자 전략, 윷놀이 필승 전략 등 일상 속 사소한 궁금증을 담아 <세상 물정의 물리학>이라는 책도 냈다.

최근 한 시장조사기업이 공개한 직업 신뢰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직업은 ‘과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영국의 시장조사기업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23개 국가 국민 16세에서 74세 사이 남녀 응답자 중 약 60%가 과학자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으로 꼽았다.

과학자가 신뢰받는 직업인 이유는 김 교수처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성과를 내는 ‘성덕’의 진심 덕분이 아닐까.

폴인은 <폴인스터디 :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 연사로 나선 과학자 3인에게 '과학자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물었다. 좋아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몰두하는 그들의 '덕업일치'적 삶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각 과학자들의 답변.

질문 순서

1. 왜 과학자가 되었나요?
2. 과학을 하면서 기분이 좋을 때는 언제인가요?
3. 과학을 왜 알아야 할까요?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깨달음의 순간이 짜릿해요."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 복잡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복잡계 워크샵(공저)>과 제56회 한국 출판문화상 저술 교양부문을 수상한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썼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1월 6일에 강연한다. [사진 김범준]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 복잡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복잡계 워크샵(공저)>과 제56회 한국 출판문화상 저술 교양부문을 수상한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썼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1월 6일에 강연한다. [사진 김범준]

1. 어릴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감명을 받아서 천문학자나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주라는 엄청나게 거대한 존재를 지구에 사는 인간이 이성의 힘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멋있었죠.

2. 문제가 해결되거나 궁금한 게 해소될 때 좋습니다. 깨달음의 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오늘도 어떤 전공 서적을 읽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북소리, 꽹과리 소리를 듣고 도, 레, 미 같은 음의 높이를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거예요. 물리학의 원리에서 보면, 소리의 지속 시간이 짧을수록 음 높이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든요. 이것도 다 물리학 원리인데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거죠. 좀 뜬금 없고 사소한 거라도 이런 깨달음이 너무 즐거워요.

3. 과학에 대한 특정한 지식보다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살아가는 데 무척 중요해요. 과학을 들여다 보면 그런 사고방식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어떤 문제나 궁금증들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면서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가는 거예요.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되죠.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미지의 세상의 문을 가장 먼저 여는 느낌이에요."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지구방사선대와 우주환경을 연구하며 인공위성을 만든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천문우주캠퍼스 캠퍼스 대표교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이다. <우주 날씨 이야기>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썼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1월 20일에 강연한다. [사진 황정아]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지구방사선대와 우주환경을 연구하며 인공위성을 만든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천문우주캠퍼스 캠퍼스 대표교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이다. <우주 날씨 이야기>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썼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1월 20일에 강연한다. [사진 황정아]

1. 초등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 신발에 로켓 날개가 달려 있으면 참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로켓처럼 발사되는 운동화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로켓에 의해서 발사되는 인공위성을 만들고 있으니 어린 시절 꿈이 어느 정도는 실현된 것 같아요.

2. 현장에 있다 보면 최첨단의 과학적인 발견을 가장 먼저 접하거나 최신 기술을 사용해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최신의 학술적인 성과를 알게 되고, 제가 또 그런 일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남들이 아직 모르는 미지의 세상의 문을 가장 먼저 열어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3. 과학하는 태도는 실제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공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의 모든 비상식적인 일에 근원적인 의문을 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려면, 시민들이 과학적인 사고와 태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 박사과정

"이해할수록 아름다워요."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 박사과정. APCTP 2017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된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의 저자이며 다수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0월 23일에 강연한다. [사진 송민령]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 박사과정. APCTP 2017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된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의 저자이며 다수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10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진행되는 공부모임 <과학자의 상상으로 트렌드 읽기>에서 10월 23일에 강연한다. [사진 송민령]

1.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같은 문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세 번 반복해서 풀었어요. 그때마다 해법이 전부 다 다르더라고요. 특히 가장 최근의 해법은 내가 최근에 배운 내용과 관련이 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뇌의 원리가 궁금해져서 말과 행동이 최근 기억이나 상황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2. 궁금했던 걸 알게 되거나, 신기한 걸 발견하면 기분이 좋지 않으신가요? 과학자들도 그래요. 그럴 땐 묘하게 호승심도 생겨요. 이 호기심과 호승심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과학자 같아요. 또 연구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탐구의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수학자들은 간명하고 기발한 증명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뇌과학자는 뇌의 작동 원리를, 물리학자는 자연계의 여러 대상을 아름답다고 느끼곤 합니다.

3. 요즘에는 과학과 기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갈수록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신종 전염병, 유전자 변형 식품, 이상 기후, 새로운 화학물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과학과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 깊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죠.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아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면 불안해지죠. 그러다보면 근거없는 괴담에 휩쓸리거나 사기를 당하기 쉽습니다.

노희선 폴인 에디터 noh.hee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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