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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왜 6년 차 스타트업 웨딩북은 '헌법'을 만들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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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 <성공을 거듭하는 조직의 비밀 : 스타트업 조직문화 탐구서> 중 2회 '사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 스타트업 웨딩북의 조직문화'를 줄여 공개합니다. 웨딩북 주상돈 대표가 소개하는 '6년 차 스타트업이 조직문화를 만드는 법'은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폴인의 팝업 스토어 라이브러리(Liverary)에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39;웨딩의 성지&#39; 청담동에 차린 스튜디오의 모습.

&#39;웨딩의 성지&#39; 청담동에 차린 스튜디오의 모습.

웨딩북은 직원 49명 규모의 6년 차 스타트업입니다.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며 유니콘 대접을 받는 곳도 아니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연쇄 창업가가 세운 곳도 아니죠.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면서 시작된 시점부터 따지면 모바일 벤처 시장 역시 어느덧 만 10년이 넘었으니, 업력 5~6년에 50명 규모 스타트업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직문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스타트업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헌법입니다. 웨딩북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작용의 기본 원리를 담은 법이죠. 국가도 아니면서 웨딩북은 헌법을 만들었고, 여기에 근거해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아니, 기업에 왜 헌법일까요?

두 번째는 ‘문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전도사)’입니다. 조직문화팀의 팀원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이들이 HR을 담당합니다. 아니, 조직문화팀이 채용을 한다고요?

조직문화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조직문화를 끊임없이 신경 쓰고, 그것에 기반해 목표를 달성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조직문화’란 주제를 가지고 들여다볼 만 하다고 할 수 있죠. 이 점에서 웨딩북은 주목할 만 합니다.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를 운용하며 나름의 문화를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의 연료(투자금과 인재)를 유치하며 웨딩업계 1위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헌법과 문화 에반젤리스트를 만들고 조직문화를 직접 챙기고 있는 주상돈 웨딩북 대표를 만나 웨딩북의 조직문화에 관해 물었습니다.

왜 헌법인가

웨딩북의 기업 홈페이지엔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메뉴 탭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원칙’이라는 탭이죠. 그 페이지 맨 위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원칙이 리더가 되는 회사

이 원칙의 가장 핵심은 ‘헌법’입니다. 무수히 많은 법 중 가장 상위법이 헌법이듯, 헌법은 웨딩북의 원칙 중 가장 상위에 있으면서 근간이 되는 원칙입니다.

헌법, 중요합니다. 국가라면 더욱 그렇죠. 헌법은 국가 통치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웨딩북은 기업입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죠. 그렇다면 적어도 기업에 있어선 조직 운영의 기본 원리가 무엇이건 성과만 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심지어 정치가마저도 “(국가 통치 기본원리가)흑묘인지 백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쥐(성과)만 잘 잡으면 된다”라고 말했는데 말입니다.

주상돈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 질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상돈 웨딩북 대표는 &#34;이번엔 실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문화를 고민한다&#34;고 말했다.

주상돈 웨딩북 대표는 &#34;이번엔 실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문화를 고민한다&#34;고 말했다.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에 헌법이라니, 생소합니다. 왜 헌법이죠?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한 결과가 바로 ‘헌법’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다 보니 창업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어요. 한데 창업자는 인간이잖아요. 난관이 있을 때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고, 창업가의 감정 기복은 고스란히 조직에 전해집니다. 조직은 안정적이어야 해요.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없고, 그래서 나와 무관하게 회사가 늘 안정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게 헌법인가요?
창업가의 권한(리더십)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업무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권한(업무 리더십)과 어떤 사람을 어떻게 채용하고 해고하며 승진시킬 지에서부터 근무 시간은 어떻게 할지 같은 HR(Human Resource)과 관련된 걸 결정을 하며 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권한(문화 리더십)입니다. 법인 설립 전 2년의 기간을 포함하면 웨딩북은 8년 차 스타트업인데요, 8년을 대표로 일하면서 제가 문화 리더십을 가지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창업가라면 누구나 업무 리더십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을 거예요. 대부분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심지어 거기에 미쳐 있는 사람이 창업하거든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문화 리더십은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더군요. 일천하나마 제게 약간의 문화 리더십이 있다면, 그건 말 그대로 사람을 갈아 넣고 태워가면서 생겨난 겁니다. 적잖은 분들이 제게 갈려 나갔죠. (웃음) ‘이렇게 계속 가면 사람이 다 나가겠구나’란 위기감에 업무 리더십과 문화 리더십을 분리했고, 후자는 제가 가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장통의 결과물

주상돈 대표가 ‘이렇게 가면 사람이 다 나가겠구나’라는 위기감을 느낀 건 역설적이게도 웨딩북이 고속 성장을 하던 2014년 이후였습니다. 법인 설립 전 2년간 실패를 거듭하다 2014년 웨딩업계 업장을 대상으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깔기로 합니다. 대규모 피보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을 시도한 거죠.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사업자등록신청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가 2억원을 투자하기로 합니다. 제품도 없던 시점에 말 그대로 ‘아이디어’와 ‘창업팀’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겁니다. 그것도 만난 지 2주 만에 말입니다. 2014년 4월의 일입니다. 그 뒤 1년 간격으로 시리즈 A(2015년 4월, 14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 시리즈 B(2016년 6월, 40억 원, 소프트뱅크벤처스 외 3개 VC) 투자를 연이어 유치했습니다.

그 사이 드레스숍을 시작으로, 스튜디오·웨딩홀로 확대하며 ERP 시스템을 보급했고, 2015년 6월엔 앱을 론칭하며 B2C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리즈 B 투자 1년 후인 2017년 초 DAU(Daily Active User) 1만 명을 달성했고, 잇달아 예물·예복·한복·여행·하객 버스 중개서비스를 론칭했죠. 2018년 말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00억 원을 투자받아 청담동에 ‘웨딩북 청담’을 오픈하고 플래너를 고용하며 전통적인 웨딩업체들과의 본격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2014년 첫 투자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어요. 다들 부러워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기간이 가장 힘들었어요. 내부는 진통을 많이 겪었어요. 펀더멘탈이 튼튼해서 성장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7단계의 로드맵을 정해놓고, 각 단계 목표를 설정한 뒤 그걸 달성하면서 다음 단계로 쭉쭉 나갔거든요. 마라톤 하듯 쉬지 않고요."
내부 진통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펀딩을 받으면 조직이 확 늘었다가 자금이 떨어지면 줄어들고, 다시 자금이 수혈되면 또 늘어나고 떨어지면 줄어들었어요. 3, 4차례 반복됐죠. 체중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면 체력이 떨어지듯 저희 조직도 그랬죠."
투자금은 줄어드는 게 문제라기보다 추가 유치를 못 하는 게 문제 아닌가요? 웨딩북은 지속해서 투자를 유치했고요.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해볼게요. 투자 유치 전부터 있던 기존 멤버에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죠. 그러니 투자금이 들어오면 보상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투자금은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에요. 보상은 잉여금으로 하는 겁니다. 투자금은 은행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빌린 대출이에요. 그것도 담보도 없이 평판으로 대출한 돈이죠. 이자는 성장입니다. 그러니 성장하는 데 써야 합니다. 투자금으로 보상한다?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내부에 투자금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거군요.
"지금은 투자금은 투자에 써야 한다는 경험과 이해가 생겼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투자를 받아서 회사의 가치가 커질 때마다 기존 멤버, 특히 초기 멤버는 상실감을 느껴요. 회사 가치는 커지는데, 정작 나한테 돌아오는 건 없으니까요. 스톡옵션이 있긴 하지만, 그건 미실현 이익이잖아요. 실제로 실현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요. 기존 멤버가 지쳐있으면 투자 이후 들어온 멤버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새로 채용된 분은 의욕에 불타잖아요. 로켓에 올라탔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분위기가 축 처져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겠죠."
듣고 보니 이해가 가네요.
"밸류에이션은 신기루 같은 겁니다. 사실 1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유니콘’이 탄생했다고 다들 부러워하지만, 당장 회사를 청산하면 남는 게 없어요. 청산했더니 빚만 남을 수도 있어요. 주가랑 같은 거죠. 오늘 삼성전자 주가가 4만5700원인데, 어제 4만4100원이었어요. 하루 사이 시가총액이 10조원이 사라졌어요. 그 하루 동안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뭐가 달라졌을까요? 그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기댓값이 달라졌을 뿐이죠. 기업가치라는 건 그런 거예요. 투자자로부터 3000억원, 5000억원 심지어 1조원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투자 유치 다음 날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이죠."

스타트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회계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알면 왜 의미 없는지 이해할 겁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VC)가 ‘얼마 필요한지’ 물어요. 그리고 투자하는 VC가 원하는 수준의 지분과 기존 투자자들이 저항하지 않을 수준의 지분 간 접점을 찾죠. 그리고 나면 결과적으로 기업 밸류가 나옵니다. 밸류를 계산하고, 투자금을 꽂는 게 아닙니다.

VC가 ‘바보’가 아닌데, 왜 이렇게 투자할까요? 실사해도 볼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공장이나 건물 같은 부동산 자산도 없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역시 없거나 마이너스인 경우가 허다하죠. 회원 수, 거래액, 재방문율 같은 (기상천외한) 데이터를 보는 이유입니다. 주식 투자할 때는 보지 않는 데이터들이죠. 많은 VC가 “우리는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사실은 볼 수 있는 게 ‘사람’ 뿐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상돈 대표가 “회사 밸류에이션이 1조원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금으로 보상한다는 건 주상돈 대표 말대로 ‘자살행위’일 수 있습니다. 추가로 들어온 돈으로 거래액을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다음 투자 유치는 없을 테니까요.

투자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한다고 내부의 진통이 다 해결되진 않았을 거 같은데요?
"투자금은 하나의 표면적인 사건일 뿐이에요.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업앤다운’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만 해도 분명 유니콘이 될 것 같았는데, 오늘은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게 스타트업이죠."
그 시기 있었던 ‘업앤다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앱을 내놓고 B2C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후기가 쌓이면 오래지 않아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후기가 좋은 곳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광고 모델을 도입해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었어요. 일사천리로 B2C 서비스까지 갔으니까, 고지가 눈앞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근데 그렇지 않았어요. 소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시장에는 일종의 담합 같은 게 있어요.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을 묶어 하는 업체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저희 앱에서 상품을 팔지 않는 거예요."
빨리 접고 다른 길을 찾으셨겠죠?
"스드메 업체가 안 하는 시장부터 공략했어요. 예물이나 예단, 신혼여행, 가전이나 가구 같은 것들부터요. 그렇게 우선 체격을 키우고 나서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한 거죠. 전략은 유효했지만, 한계 역시 뚜렷했죠. 고객들이 스드메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우리 앱에 와서 열심히 정보를 비교해보다가 스드메를 계약하는 순간 플래너한테 가더라고요.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 개념으로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플래너도 채용하고요.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게 말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이 시도했고 실패하고 좌절했어요. 조직의 그런 실패와 좌절의 충격은 다 조직원에게 갑니다. 일도 힘든데, 비즈니스가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감정소모까지 해야 하니까요. 이 과정에서 CEO로서 구성원들을 잘 다독이며 끌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방법을 찾다 보니 헌법까지 만들게 된 거고요."
그게 바로 앞서 말씀하신 문화 리더십이잖아요. 대표님이 부족했다면, 역량을 갖춘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지 않나요?
"처음엔 사람에게 줬어요. 그런데 성격 좋은 분께 문화 리더십을 줘도, 문제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사람’이 아닌 어떤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헌법’이란 개념이 나온 이유입니다. 헌법이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구성원 각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헌법은 방향성을 결정할 뿐 실제로는 권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헌법은 진화할 수 있어요. 우리의 생각을 담은 그릇이니까,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바뀌는 거죠."
2018년 말 100억원 원을 투자 받으면서 오픈한 &#39;웨딩북 청담&#39;의 내부 모습. 웨딩북은 청담동에 숍을 내면서 전통적인 웨딩업체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2018년 말 100억원 원을 투자 받으면서 오픈한 &#39;웨딩북 청담&#39;의 내부 모습. 웨딩북은 청담동에 숍을 내면서 전통적인 웨딩업체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왜 훌륭한 동료인가

헌법이라는 비인격체에 문화적 리더십을 부여한다는 건 결국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 각자가 의사결정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방향성’이죠. ‘헌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헌법에 담을 내용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을 빼면 남는 게 없어요. 벤처캐피탈(VC)이 투자할 때도 사람을 보고 투자해요. 사업 아이템 같은 걸 보는 게 아니라요. 사람, 팀이 좋다면 아이템은 다시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와야 할까요? 다시 질문하자면,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이것에 대한 답을 헌법에 담자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은 사람 빼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하지만 사람이 중요한 게 어디 스타트업뿐인가요? 어디나 그렇죠. 그런데도 스타트업에서 사람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뭘까요?
"저는 학생이던 2009~2010년 첫 번째 창업을 했었어요. 당시엔 학기 시작하기 전에 강의 정보를 담은 소책자를 학생들에게 배포했어요. 학생들은 그걸 보면서 책자 뒷면이나 수첩 같은 데다가 시간표를 짰고요. 그걸 보면서 종이에 그리는 저 시간표를 웹에서 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 인트라넷에 있는 강의 정보를 크롤링해오고, 시간표 짤 수 있는 기능을 붙여서요. 반응이 대단했죠. 두 학기 만에 제가 다니던 학교 학생의 60%가 가입했어요. 동아리처럼 운영되긴 했지만, 멤버도 10명이 넘게 커졌고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문제요?
"리텐션(재방문율)이 문제였죠. 1년에 딱 2번 들어오고 끝이에요. 1학기 수강신청 기간, 2학기 수강신청 기간에만요. 어떻게 해도 안 되더라고요. 결국 2년 만에 접었어요. 그런데 그 1년 뒤 아이폰이 나온 거예요. 전 그거 접고 대우조선해양에 취업해서 거제도에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1년만 더 버텼으면… 24시간 접속 가능한 모바일 세상이 열리면 우리 서비스는 날개를 달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뭔가요?
"창업하고 나서 파도를 기다리며 버텨야 한다는 걸요. 저희가 그때 1년만 더 버텼다면 모바일이란 거대한 파도를 만나서 날았을 거잖아요. 길면 10년을 기다릴 수도 있어요. 파도엔 주기가 있는데, 제 생각에 그게 10년 같아요. 만약 내가 아주 초기에 사업을 시작했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거죠. 10년을 기다리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돈 아닌가요?
"돈은 필요하면 끌어오면 돼요. 본질적인 게 아니란 거죠. 제 생각에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하나는 사람이고, 하나는 시장 사이즈에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잖아요. 10년은 절대 짧지 않습니다. 그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갈 ‘훌륭한 동료’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10년을 버티고 마침내 파도를 만났을 때 크게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시장이어야만 10년을 버틸 수 있어요. 아니라면 접어야죠. (웃음)"
그래서 ‘훌륭한 동료’를 헌법에 담기로 하신 건가요?
"저는 이번 창업은 중간에 접고 싶지 않았어요. 10년을 기다려서라도 반드시 끝을 보고 싶었죠. 그러자면 ‘훌륭한 동료’가 가장 중요했어요. 사실 아이템, 그러니까 시장은 하다가 아닌 것 같으면 바꿀 수 있잖아요."

'훌륭한 동료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이 콘텐츠의 나머지 부분은 <성공을 거듭하는 조직의 비밀>두번째 챕터 '사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 : 스타트업 웨딩북의 조직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상돈 대표로부터 웨딩북의 조직문화에 대해 직접 듣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폴인의 팝업스토어에서죠. 참여 신청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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