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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방 빼" 전쟁···연대 학생회관 324호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퇴실을 거부하며 학교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는 총여학생회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여학생회 폐지 바람이 불면서 서울시내 대학은 연세대를 마지막으로 총여학생회가 모두 폐지됐다. 사진은 마로니에공원서 열린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규탄 집회 [연합뉴스]

올해 총여학생회 폐지 바람이 불면서 서울시내 대학은 연세대를 마지막으로 총여학생회가 모두 폐지됐다. 사진은 마로니에공원서 열린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규탄 집회 [연합뉴스]

폐지 8개월째 버티는 총여학생회, 방 빼라는 총학

22일 연세대 총학에 따르면 총학은 추석 연휴 직전 마지막으로 총여학생회 측에 퇴실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박요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총학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총여학생회를 강제 퇴거시킬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총여학생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1월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학생 총투표 결과에 따라 폐지됐다. 투표수 1만3637표 중 찬성 1만763표(78.92%), 반대 2488표(18.24%), 무효 386표(2.84%)였다. 이로써 설립 31년째를 끝으로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공식적으로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총학생회는 이후 학생회관 324호에 위치한 총여학생회실에서 퇴거하고 개인 집기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총여학생회실 장소를 다른 학생들을 위한 회의실이나 동아리방으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총여학생회는 이를 거부하고 자치 활동을 계속해왔다. 당시 총여학생회는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학내에서 자치활동이 가능하다”며 “총학생회가 어떤 논의도 없이 자치활동 공간을 부당하게 앗아감으로써 총여학생회의 자치활동을 저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하듯 회실을 기말고사 공부 공간으로 개방하거나 간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였다.

지난 6월 연세대 30대 총여학생회 프리즘이 '학생회관에서 퇴거해달라'는 총학생회측 요구에 대해 밝힌 입장문.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지난 6월 연세대 30대 총여학생회 프리즘이 '학생회관에서 퇴거해달라'는 총학생회측 요구에 대해 밝힌 입장문.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사용료 걷어라" 민원…결국 소송까지 가나

학생회관 324호를 둘러싼 학생들의 갈등도 계속됐다. 연세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총여학생회를 상대로 공간 사용료나 전기세 등을 징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등의 글이 여러개 올라오고 있다.

반면 총여학생회의 활동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세대 학생은 “총여학생회 측은 학생 투표 과정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자치 활동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회실 강제 퇴거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가 사라지고 총여학생회가 모든 학생에게 불필요해지게 된다면 회실 퇴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실 사용을 둘러싼 교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요한 총학생회장은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달라는 민원이 거의 매일같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학내 건물 소유주가 아닌 총학생회 차원에서 강제퇴거를 시킬 법적 근거가 없고 학교는 학생들의 자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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