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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만큼 길었다…美장기미제 용의자는 어떻게 잡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87년 1월 화성 연쇄살인사건 5차 사건 현장 살펴보는 경찰들. [연합뉴스]

1987년 1월 화성 연쇄살인사건 5차 사건 현장 살펴보는 경찰들. [연합뉴스]

국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33년 만에 특정하면서 미국에서 일어난 장기미제 강력 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내외 모두 장기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DNA가 쥐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사건 발생 42년 만에 용의자가 잡힌 '골든 스트레이트 킬러' 사건이 유명한 장기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1970~1980년대 미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발생한 40여건의 강간과 10여건의 살인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사건 용의자로 제임스 드앤젤로(72)를 특정하고 그를 붙잡아 수감했다. 용의자가 42년 만에 경찰에 붙잡힐 수 있었던 데는 1980년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가 큰 역할을 했다. 미 수사당국은 계보 찾기 사이트의 친적 유전자 감식 기능을 이용해 수사망을 좁혔다.

골든 스트레이트 킬러 사건보다 3년 더 묵혔던 사건도 있다.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피살 사건 용의자는 무려 45년 만에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경찰국은 지난해 11월 존 아서 게트로(74)를 해당 사건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현장 증거로 간직해온 DNA샘플이 열쇠가 됐다. 경찰은 패러본 나노랩스라는 분석 연구소에 DNA를 제출해 유전자 지도를 제작했고, 이를 근거로 범위를 좁혀나갔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중앙포토]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중앙포토]

30여 년 이어진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증거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 경찰은 1979년 10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살인 용의자 제리 린 번즈(64)를 39년 만에 검거했다.

이 사건은 발생 초기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27년 만인 2006년 피해자의 옷에서 타인의 혈흔을 발견하며 재수사 시작됐다. 혈흔 속 DNA를 분석한 끝에 12년 만에 진범이 드러났다.

미 수사당국은 장기 미제 사건 대부분이 DNA 분석과 계보찾기 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앞으로 장기미제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역대 최악의 연쇄 살인사건으로 꼽히는 '조디액(zodiac) 킬러'도 DNA 분석 등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용의자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이 사건의 용의자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37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자가 지역 언론에 점성술 암호를 섞은편지를 보내 황도 십이궁을 뜻하는 '조디액'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 범죄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사건으로 꼽힌다.

국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특정에도 DNA분석이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중순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해 용의자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A씨가 진범이 맞다면 국내 범죄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이 33년 만에 풀린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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